20년 전만 해도 굉장히 생소했을 이런 말이 이젠 전혀 낯설지 않다. 줄임말이 판치는 이 귀여운 세상에서 생겨난 또 다른 단어. 바로 '스레드(또는 쓰레드=Threads) 친구'의 약자다. SNS에서의 '친구' 개념인데, 서로 팔로우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상대를 부를 때 이렇게 많이들 부른다.
스레드는 처음부터 이용하진 않았다. 그저 꾸준히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던 중 어느 날부터 슬금슬금 보이기 시작하더니 나도 어느새 스친 여럿을 둔 '스치니'가 된 것이다. 자주 이용하진 않지만 한 번 들어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보게 된다.
이곳에선 우리나라의 거의 고유한 특징인 '존댓말'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존대를 하며 글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인스타그램과 자동 연동을 시켜둔 경우 더욱) 스레드만 따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반말을 애용한다. 처음엔 완벽하게 낯설었다. 영어권도 아닌 한국에서, 이게 된다고?
나의 낯선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SNS 말고도 사실 다른 플랫폼, 게시판들에서 반말을 좀 사용해 본 사람들만 모였나. 다들 너무나 빨리 적응했고, 심지어 자연스러웠다. 나 역시 얇은 티슈에 물이 빠르게 흡수되듯, 굉장한 속도로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20대와 50대가 서로 말을 놓는다. 60대도 여지없다. 그 위로는.. 아직 많이 보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이용률이 낮아서일 것이다. 반말을 하면 좋은 점이 많다. 말투가 제법 다정해진다. 혼잣말도 쉬워지고, 딱딱하고 어색한 기간이 확 축소되는 느낌이다. 강연 또는 발표장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낯설다면 처음엔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스레드에선 그런 과정을 없애주는 기분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냅다 고민을 던져도 좋고, 긴가민가 한 내 의견을 표출하고 확인받거나 동의받을 때도 좋다.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하며 친구를 찾아도 된다.
이 모든 것들이 기존 방식대로 존대어를 쓰고,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야 하는 곳이라면 쉽지 않겠다 싶었다. 나도 심심해서, 자기소개를 한번 해봤더니 노출이 좀 되었나 보다. 처음 보는 많은 친구들이 와서 인사해 줘서 참 반갑고 신기했다.
오픈채팅과는 또 다른 개념이라 편안하다. 사실 내가 참여해 본 오픈채팅은 모두 목적이 같고, 어느 정도 인증이 된, 주최자가 있거나 적당히 실제로도 아는 사람들이 포함된 것들이다. 정말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오픈채팅엔 참여해 본 적이 없다. 누가 있을지 모른다는 약간의 두려움? 소심함이 이유라고 하면 이유겠다. 하지만 스레드는 부담이 없었다. 무조건 팔로우할 필요도 없고, 그냥 들어가서 그때그때 보이는 글들을 읽고, 대답해 주고, 질문한다. 이용하는 방식이야 다들 다를 것이지만, 나는 그렇다.
지하철이나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스레드를 보다가 고개를 들면, 다른 세상인 듯 낯설다. 자신의 휴대폰을 보며 무언가를 빠르게 쓰고 있는 저 사람들도, 각자 자기만의 공간에 접속한 걸까? 요즘은 현실과 인터넷 속 세상의 동기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여기와 저기의 세상은 멀게만 느껴진다. 마치 두 우주를 오가는 기분이랄까.
폰 안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반말로 다정히 댓글을 주고받다가, 버스에서 실수로 옆 사람 발이라도 밟으면 바로 '죄송합니다!' 하고 깍듯이 사과하게 되는 괴리감.
무엇이든 장단점은 공존하기에, 뭐가 더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 역시 뒤로 미뤄두려 한다.
적응을 해도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나오는 요즘 세상. 대체 내가 몇 살쯤 되면 '이제 지구에 좀 적응한 것 같아'라는 말을 하게 될지, 문득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적응할 새도 없이 세상은 계속 변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