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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브런치 작가에게 미치는 영향

정신없는 이작가의 구구절절 변명의 글

후, 무려 열흘만이네요. 오랜만에 오롯이 나만의 글쓰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뭐 하느라고 바쁜 척이었냐고요? 와, 나름대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답니다. 다들 그러시잖아요. 그 열흘 동안 아마 각자 많은 일들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하루는 24시간, 일주일은 7일, 한 달은 30일가량.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으니까요. 별 거 안 했다고 생각해도 지난날을 곱씹다 보면 아마 퍽 많은 일들을 해내고, 이루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저도 그 열흘을 어떻게 보냈을지, 이해가 가시죠 이제?


너무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가 끝이 없을 테니, 딱 1년 전부터만 얘기해 볼게요. SNS에 #주부스타그램과 #프리랜서맘을 도배해 가며 불량주부 놀이를 하던 그때, 사실 마음속에는 언젠간 내 이름으로 성공하리-라는 막연한 꿈이 늘 자리 잡고 있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제 직업의 특성상 사회생활 내내 얼굴과 목소리를 조금씩은 드러내고 살아왔기에, 나라는 존재가 어느 정도 오픈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남들보다 덜했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나를 브랜딩 해보자 어설픈 시도를 이어가던 와중, 새로운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되었어요. 하늘은 어찌나 타이밍 좋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는지. 때마침 돈이 필요해지기도 했고, 근근이 업로드해 운영 중이던 유튜브는 영 신통치 않아 고민이 깊어지던 때이기도 했기에 새로운 제안이 무척 반가웠지요. 

외벌이 가구에서 어설픈 주부 생활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삶에 돈이 필요해졌다는 건, 짐작 가시겠지만 평화롭던 삶에 갑자기 비상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했어요. 브랜딩이고 나발이고 갑자기 모두 사치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냥 뭔가 해야겠다. 좀 더 삶의 가속 페달을 밟아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휴. 너무 또 구구절절 사연팔이가 시작되는 느낌이라, 여기서 브레이크 좀 밟아줄게요. 

어쨌든 전 그때부터 '제대로' 일하는 여자가 되었어요. 다른 말로는 '워킹맘'이라고도 해요. 워킹맘이란 일 하는 사람의 역할에 엄마의 역할을 더한 형태를 말하죠. 그동안 프리랜서 겸 주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 워킹맘 대열에 저도 드디어 합류를 한 거예요. 와우, 파란만장한 내 삶!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이 일 저 일 기웃거리는 저이기에 직장인이 된 것은 별로 힘든 일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그랬죠. 하지만 내가 쉬고 싶을 땐 쉬고 뭘 배우고 싶으면 배우고 일하고 싶을 때 일 하던 그때와는 다른 삶이라는 걸 곧 자각할 수 있었어요.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것 같을 때도 종종 생기기 시작했으니까요. (당연한 걸 수도 요!)

그래도 일을 하며 생활에 루틴이 생기니 뭔가 또 새로운 힘이 솟아올랐어요. 진취적인 마음? 이왕 일 하는 거 나도 성공한 여자가 되고픈 의지? 뭐 그런 거요. 그래서 더 열심히 배우고, 일했어요. 점점 일도, 이러한 사이클도 익숙해졌죠.

그러던 와중 얼마 전엔 지금 이 글을 여기에 쓸 수 있는 자격도 얻었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그래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요.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던 제가 그럴듯한 자세로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젠 작가니 글감이니 하면서 살고 있답니다. 하하, 사람 인생 참 모를 일이라더니, 제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거기에 지난 학년 아이들 공부를 방치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와, 이번 겨울 방학엔 아이들에게 신경을 좀 쓰기 시작했어요.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해 매일 밤늦게까지, 어느새 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픽사베이



혼자 바쁜 것도 모자라 아이들 공부까지 다 봐주고 자려니(애들은 꼭 엄마 일할 때 공부 안 하고 일 끝내고 쉬려 할 때 같이 하자고 해요) 점점 사이클은 무너져 갔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고 피곤함의 연속이었어요. 엄마에 아내에 직장인에 프리랜서에(아, 부모님께는 귀여운 막내딸이기도 하죠!), 여러 개의 자아로 살면서 남들 다 이러고 사는데 나만 버거우면 안 돼-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러다 오랜만에 익숙한 통증인 편두통 그분이 오셨는데, 알고 보니 "일상의 패턴이 무너지거나 생체리듬이 깨지면 어깨와 목이 긴장되고, 그로 인해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딱 제 얘기였어요. 


편두통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글로 이미 어느 정도 전해 드렸고, 오늘은 그 원인이라 생각된 것들과 정신없던 제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봤네요. 변명이 참 길었죠. 그런데 글 쓰면서 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더 바쁘고 힘들어진 건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아이들 방학 기간 이잖아요.(웃음)

후후, 저 "웃음"이라는 말을 꼭 붙이고 싶었어요. 그건 꼭 기억해 주세요.

이제 좀 익숙해져서 정신 차려 볼라니 일주일 뒤면 방학이 끝나네요. 그 땐 뭐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새 또 바쁜 생활에 익숙해져 더 근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요!


기승전'방학핑계'가 되어버린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니까 이젠.. 방학이든 아니든 글 열심히 쓰는 성실한 작가가 되어볼게요. 새해 다짐이니까, 혼내시면 안 돼요?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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