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니, 애당초 나에겐 넘치는 수식어였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자라면 누구나 작가라고 불리게 되고, 나도 그렇게 작가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좋은데 싫은 척 겸손한 척 거절하는 듯하면서 결국 받아들이는, 웃기면서도 오묘한 상황이랄까?
늘 어딜 가든 내 실명을 당당히 밝히고 진실만을 말하려는 나의 본질적인 정체성 탓에 작가명도 그간 곧이곧대로 내 이름 석자였다. 다만 너무 웃긴 게 이렇게 해놓고 막상 진짜 내 얘기를 쓰려니 망설이고 또 망설이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고, 왜 그럴까 나는 원래 그렇게 이중적인 사람이었나 고민하다 보니 이젠 답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 도달했다. 그렇게 나도 평범하게 세상에 순응하며 필명이라는 것을 쓰기로 했다.
뭐 만약 내가 진짜 종이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그땐 '당당히'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겠지만 말이다. (풉, 아직 버리지 못한 그놈의 정체성)
나는 이제 '하프라이터(half writer)'다. 이전에도 닉네임으로 다른 곳에서 종종 사용하긴 했지만, 이건 반쪽짜리 작가라는 뜻이다. 작가라는 걸 거부하긴 싫고, 그렇다고 온전히 인정하기엔 양심에 찔려서. 특히 최근 몇 달간 너무나도 바빴던 탓에 다른 글만 실컷 썼지 정작 내 글은 하나도 쓰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글이라는 게 생각을 잘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잘 쓰고 좋아했던 나로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이게 참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써 내려가는 것 자체가 일단 숙제다. 그냥 끄적이려 했으나 막상 제목도 써야 하고, 너무 헛소리만 해도 안 되고. 남까지 의식하고. 그러다 보니 총체적 난국으로 아예 글쓰기를 내려놓은 몇 달이었다.
지난 글에도 의식하지 않고 잘 써봐야겠다 결심하고 다짐한 글을 썼었는데. 그 후 역시 의식하느라 쓰지 못한, 발행하지 못한 글들이 조금 있다. 이제 필명도 만들었겠다, 조용히 살살 내 이야기를 다시 조금씩 써가려고 한다.
호다닥 발행 버튼을 눌러버리자. 오늘의 생각이 잊히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