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회사원의 기쁨과 슬픔, 두 번째

(2) 슬픔에 관하여

하지만 단점도 있다.

보통의 회사에는 야근이 있듯, 재택근무에도 잔업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 분명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퇴근하도록 세팅해 두었건만 상황은 때때로 내 맘 같지 않게 흘러간다.

3학년이 된 큰아이 기준으로 말해볼까. 1, 2학년 때는 엄마표로 연산이며 교과 공부 체크, 영어까지 돌봐줬고 하교 후 픽업은 물론 저학년 땐 신나게 뛰놀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매일 놀이터에 출근 도장도 찍었다. 때맞춰 전집을 들이고 부모교육 강의도 듣고, 잠자리 독서는 필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첫째가 3학년, 둘째가 1학년 입학을 하자마자 시작된 나의 재택근무로, 아이들은 스스로 하교를 시작했고 놀이터 라이프는 사라졌다. 일상의 소소한 낙이었던 엄마들과의 수다도 멀어진 지 오래다. 작은 아이는 일하는 엄마 곁에서 읽고 싶은 책을 들고 “일 언제 끝나?”를 반복하고, 형아와 달리 여덟 살 어린 나이에 홀로 놀이터에 가는 씩씩한 숙명을 맞이하기도 한다.

정말 최악인 순간은 이도 저도 아니게 아이들에게 소홀해지는 부분이다. 차라리 멀리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일에만 집중하고, 저녁에 들어와 모든 걸 잊고 아이들에게 전념하는 보통 직장인이 나아 보인 적도 있다. 특히 방학 때가 문제였다. 역시 재택근무가 많아진 신랑 덕분에 서로 도울 수 있어 생각보다 편히 일하긴 했지만, 그래도 재택러의 방학은 투잡이다. 거봐,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어서 재택근무가 편하다고? 그건 아닌 말씀이다.


집에서 일하니 일과 육아의 경계가 모호하다. 사무실에서 회사 전화로 업무를 하던 예전과 달리 업무용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보니 수시로 전화벨이 울린다. 업무 메일 프로필에 통화 가능 시간을 적어놨지만, 상대방이 그 작은 글씨를 들여다볼 여유가 있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버럭 소리치며 성질부리던 엄마에서 1초 만에 친절한 이 팀장 모드로 변조되기도 한다. 보는 아이는 얼마나 웃길까. 어린 시절 날 혼내시다가 집전화가 울리면 우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던 엄마가 생각난다. 사는 건 다 똑같나 보다. 그래서 특별히 저녁 시간 업무가 있지 않은 경우, 퇴근 후엔 사생활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내 성격도 문제다. 자꾸 들여다본다. 아이와 집안, 자신에 집중할 시간인데 말이다. 본질적인 원인은 내게 있기도 하다.

물론 이 직업의 업무 방식이 자녀의 케어도 동시에 가능하기에 선택한 건 바로 나다. 출퇴근 직종은 후보에도 없었다. 굳이 돌봄 교실에 보내지 않고도, 학원이나 방과 후 수업 세팅만 잘하면 하교 시간에 맞춰 일을 마칠 수 있는 직업.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똑 부러지지 못하는 서른아홉의 혼란 가득한 이 팀장은 어떤 날은 업무도, 육아도 영 마음에 안 들어 찝찝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이렇게 말하니 재택근무가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듣는 사람은 영 헷갈릴 거다. 그래서 난 재택러인 나를 ‘반쪽짜리 회사원’이라 부른다. 좋은 점이 많으니 단점은 감수하고, 또 그걸 이겨내려고 더 노력하게 되는 반쪽이. 그래서 일하게 된 걸 후회하냐 물으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단번에 대답해줄 수 있다. 이런 삶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니까. 전업주부도 고귀한 하나의 직업 이건만, 늘 뭔가 새로운 타이틀, 또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었던 내게 찾아온 행운이라 생각한다. 원했던 일을 하게 되는 것만큼 자존감 끌어올리기에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 원했던 명함도 생기고, 돈도 벌고. 사실 반쪽이의 삶은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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