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인 우리가 말하기를 연습해야하는 이유
나와 남편은 7살 차이다. 소개팅으로 만나 첫 만남에 서로에게 꽂혀 5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그것도 1년 중 가장 핫하다는 삼복더위에 말이다. 왜 그리 서둘렀는지, 지금 생각하면 가서 좀 말려주고 싶다.
나는 남편의 편안한 이미지와 푸근함에 반했다. 내가 뭘 해도 귀여워해주고 예뻐할 것 같았다. 우리가 처음 만난 역삼역 8번 출구 앞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30cm의 키 차이는 그를 더 듬직한 남자로 보이게 했고, 가려고 생각해 온 식당이 보이지 않자 당황하는 모습마저 반전의 귀여움으로 보였다.
남편은 내가 나이는 어리지만 밝고 말도 잘 통하고 좋았다고 했다. 퇴근 후 머리를 질끈 묶고 뛰어온 세미 정장 차림의 내 모습에서는 일하는 여자의 이미지, 잠재된 생활력도 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이유로 그렇게 결혼을 서둘렀을까. 그럴 리가. 겉모습으로 본 이런 느낌을 뛰어넘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수 없는 밤 서로 속삭인 그 이야기들, 수많은 대화 때문이었다. 우린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고 서로에게 설득당했다. 갖고 싶고 함께하고 싶었던 서로를 쟁취했다. 그러면서 오고 간 그 많은 '말'들이 우리를 그렇게 움직인 것이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말'.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를 할 수 있었기에 뭉칠 수 있었고 지도자가 탄생했고 사회를, 국가를 이뤄 결국 그 어떤 동물보다 번성할 수 있었다.
말을 잘한다는 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매끄럽게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 결과 듣는 사람을 설득하게 되어 내가 바라는 것을 이뤄낼 수 있다. 말 잘하는 기술은 우리가 결혼에 골인할 때에도 빛을 발하지만 이 외에도 정말 수많은 경우와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무조건 플러스가 되면 되었지 마이너스가 될 기술은 결코 아니다.
<말을 잘하면 좋은 점>
1. 듣기 좋은 목소리로 유창하게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2. 설득에 성공할 경우 자연스레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성취할 수 있다.
3. 진심 어린 말솜씨로 상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는 이미 내 편인 것이다. 당연히 인간 관계도 좋아진다.
4. 말을 잘하면 나 자신을 표현하고 나의 장점을 상대에게 알리는 것도 쉬울 것이다. 면접이나 직장생활에서 유리하다.
5. 언제 어디서든 상황에 맞게 말을 잘 풀어내는 사람은 정말 똑똑하고 멋져 보일 수밖에.
6. 많은 연습을 통해 말을 잘하게 되고 사람들이 날 좋아하면 어떨까? 나 스스로도 만족스럽고, 당연히 자존감도 쑥 올라간다.
와, 이렇게나 좋은 점이 많았다니.
그저 말 한 번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장점을 나열해서 놀라고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뭐, 나쁘지 않은 출발 아닌가? 이왕 마음먹고 해 보려는 데 동기부여가 될 만한 점이 이렇게 많으니 말이다.
우리 어릴 적엔 웅변 학원이 인기였다. 나는 다닌 적 없지만, 웅변을 배운 친구들이 연설하는 것을 본 적은 있다. 마치 정치인이 선거에서 득표를 위해 호소하는 것처럼 크고 힘이 있는 말하기였다. 처음 봤을 땐 너무 어색해서 이런 말하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그 친구들은 웅변을 배워 말하기의 기본을 배웠고, 그걸 이런저런 발표 상황에 맞춰 써먹을 수 있었다. 조금 힘을 빼서 반장 선거에서 후보 연설을 했고, 조별 발표에서 발표 담당을 했다. 그러면서 발표의 경험을 늘려 갔고,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들은 조별 PT 과제가 많은 대학교에서도 유리했을 것이다. 토론에서도 발언권을 많이 얻었을 것이고, 나아가 취업 등 각종 면접에서도 수월하게 통과했을 거다.
비단 웅변을 배운 친구들만 그럴까? 웅변은 내 시대의 특징이었을 뿐, 사실 그걸 배우지 않은 친구들도 말하고 발표하는 걸 즐기는 경우 스스로 터득하고 경험을 통해 배워갔다. 그런 이들이 더 많았다.
요즘은 웅변 학원이라는 이름 대신 스피치 학원이 늘고 있다. 학원이 늘어간다는 건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그만큼 어릴 때부터 말을 잘하는 경험이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에 도움이 되고 자신감을 붙여 주는지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 말을 잘하려면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닥치는 대로 술술 말 연습을 해볼까?
아니다. 그러면 안 된다. 내가 해 오던 버릇과 습관들을 모두 리셋하고 다시 시작해 보자. 이미 생긴 습관 고치기보다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게 때로는 더 쉽기 마련이다. 특히 언어라는 장르에선 말이다.
말하기를 연습할 때는 크게 세 가지를 늘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호흡, 둘째는 발성, 셋째는 발음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노래나 연기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가수들이 노래를 배울 때, 배우들이 연기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의 기본기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게 스피치이긴 하지만 결국 목소리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건 노래와 연기에서도 똑같이 필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가사나 대사가 잘 전달되어야 하고 감정 표현까지 해야 하는 것이 스피치와 똑 닮았다.
<말하기의 3요소>
1. (복식) 호흡
2. 발성
3. 발음
우리가 즐겨 보는 TV 뉴스나 홈쇼핑 채널에서 전문 방송인이 말하는 모습을 잘 살펴보자.
그냥 뉴스를 읽어주고 인터뷰를 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은 그냥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호흡과 발성, 발음을 모두 신경 쓰며 말하고 있는(이미 체화되어 아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것이다. 시청하는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에 아무렇지 않다는 건 그만큼 그 방송인이 말을 잘했다는 것이다.
가끔 뉴스에서 시민 인터뷰 장면 또는 스튜디오에 일반 전문가 등을 초빙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그럴 때 보면 앵커와 인터뷰이의 말하는 방법이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막 없이도 귀에 꽂히는 앵커의 말과 달리 출연자의 말은 잘 안 들리거나 말투에 힘이 없다. 간단히 말하면 보통 사람들은 목으로 말하고, 방송인들은 배로 말한다. 목으로 말한다는 건 굉장히 평범한 방식의 말하기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평상시 흉식호흡을 하고, 크게 의식하지 않고 쉽게 말을 한다. 그게 이상하다는 게 아니다. 방송인들도 사석에서는 그렇게 대화한다.
하지만 무대나 방송 등 일정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도 정확한 발음까지 잘 전달되게 말하려면 말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걸 모르고 평상시 말투로 뉴스 데스크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경우 전달력이 조금은 떨어지게 되고, 앵커와의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이다.
전문 방송인은 아니지만 우리도 그들처럼 말해야 하는 순간이 분명 자주 찾아온다. 각종 모임과 회의, 발표, 보고, 사회를 봐야 하는 상황 등에서 말이다. 지금까지 어느 장소에서나 평소 내 말투를 늘 이어가고 있었다면 다음 장부터 더욱 집중해서 함께 해보자. 내 발언 차례가 될 때 다들 한 번씩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볼 것이다.
자, 그럼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