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작가 Jul 31. 2023

할래, 말래?

완벽한 타이밍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시험을 하루 앞두고 ‘아.. 3일만 더 있으면 진짜 잘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1주일만 더 일찍 공부 시작했더라면..’ 라고 생각한다. 시험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공부는 안 하고 마음만 불편한 상태이다가 시험이 다가올수록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 이렇게 조금만 더 일찍 했더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시간이 많아진다고 과연 달라졌을까?



  결혼을 하고 싶고, 사업하고 싶은데 준비가 덜 된 것 같고. 유튜브를 시작해야 하는데.. ‘아 조금만 더 준비해서 잘해야지..’라는 마음, 선택을 앞두고 망설이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 또한 완벽하게 준비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내가 하지 않던 새로운 일을 부여받으면 막막해서 머리가 하얘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일은 막상 생각보다 쉽게 풀리기도 또 어느 때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에 봉착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것은 작은 빙산의 일각이기에 시작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상황들이다. 막연하고 모를 때 두려움이 커진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그렇게 까지 별거 아닌 경우도 많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차피 사람이 다 하는 일인데’라고 생각하면 못할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다는 뜻은 아니다. 엄마 뱃속에서 자라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우리 삶 자체가 쉽지는 않다.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쉽게 얻을 수는 없다. 쉽게 산다는 것은 얻는 것 또한 적다는 뜻이 아닐까.



  

요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니 수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아직 부족한 것 같은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부딪혔다. 내가 요가를 하면서 느꼈던 마음, 컨디션에 따라 좋았던 수업과 기분을 떠올려서 ‘이 사람에게 현재 어떤 것이 필요하겠다’를 생각해서 가르쳤다.


예를 들면 피트니스에 오시는 회원들은 대부분 땀이 나고 빠른 템포의 수업을 원한다. 내가 아무리 오래 머무르는 하타요가, 부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해도 요가를 운동 목적으로, 칼로리를 소모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어울리지 않는 요가의 방식인 것이다. 또 직장인이 많은 요가원의 저녁 수업은 여기저기 불편해진 몸과 마음을 풀어주며 힐링하기를 선호한다. 구성원에 따라 운동을 많이 하시던 분, 처음 인 분, 혹은 어디 불편한 부분을 먼저 물어보고 수업에 들어간다. 그렇게 하면 대부분은 만족해하셨다.


하지만 수업이 만족스럽지 않아 자괴감이 들 던 날도, 생각보다 더 잘되어 자존감이 올라가던 날 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절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나는 언제쯤 완벽하게 준비된 선생님일 수가 있을까? 누구나 초보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조금 더 준비하고, 정돈하지 않고 성급히 시작했다가 과거에 부끄러운 모습이 남겨질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경험을 아주 많이 했다. 이전에 썼던 브런치, 블로그 글, 불과 몇 달 전도 오글거리고 ‘내가 왜이랬지?’ 싶다.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끌어당기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뭔가를 하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거라는 것은 본인만의 자의식 과잉이 만들어낸 착각이다. 그 것으로 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 뭔가 특별하고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로 세상에 이미 나왔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거나 반응이 없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나의 과오들을 봐주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은 고마운 사람들이다. 정말 나를 좋아하든, 열등감이든, 궁금하든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 이기 때문이지 않나? 정말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하듯이 말이다. 설사 잠깐은 놀림거리가 될지언정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삶이 바쁘면 또 금방 잊어버린다.

 

그러니 내가 하는 것들에 조금 더 뻔뻔해졌으면 한다. 이건 내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나 그런거 못해.. 조금 더 준비해서 할래’라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사실 말이다.

 

 조금 늦었더라도 쭉 영원히 하지 않을 것인지, 그래도 해 볼 것인지는 선택에 달렸으니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완벽한 때란 없기에 그에 맞는 완벽한 정답도 없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 답이고, 지금 하는 것만이 해야 할 타이밍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오답이 되어 후회하지 않기 위해,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주어진 내 삶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가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죽을 만큼 힘들어도 흘러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