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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Aug 07. 2023

“현타”라는 소나기 피하기

우울의 회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산다고 해서 늘 “단 맛”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들은 “매운맛”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은 일명 현타가 오기도 한다. ‘왜 이렇게 제대로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지, 내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가?’ 뭐 하나는 놓아야 하는 것인지,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좋아하는 요가도 가기 싫다. 무기력함이 몰려온다.


  뇌가 우울의 회로를 타기 시작했음을 인지한다. 그리고 왜 이런 감정이 올라왔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 감정은 비교로부터 오기도 한다. 회사에서 무척이나 힘들었던 날 나보다 훨씬 더 능력도 좋고 예쁘기까지 한 사람을 보며 칭찬을 하며 넘어갈 일이지만, 우울 회로를 탄 뇌가 부러움을 자아비판으로 변질시켜 버리는것이다. 무력함을 이끌고 어떻게든 요가를 하기로 한다. 내 마음은 하기 싫지만 내 몸을 어떻게든 매트 위에 올려둔다. 수리야나마스카라 태양경배 시퀀스로 시작한다. 이런 무력함이 몰려오는 날은 요가가 시작되어도 쉽사리 집중이 되지 않는다. 동작을 하면서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대충 동작을 이어 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알아차려 본다.


내가 내 호흡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음을, 몸에 힘을 느끼지 않고 껍데기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고 조금씩 호흡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성대에서 호흡 소리를 내는 ‘우짜이 호흡’을 하면 내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숨에 집중하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

  


한 동작씩 시퀀스를 반복할 때마다 내 호흡이 더 길어짐을 바라본다. 그렇게 조금씩 잡념이 사라져 가고 여러 생각으로 어지럽던 머리는 어느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등에 땀이 흥건해지며 내 몸에만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비워내고 어느새 몸에 활력이 생긴 후에는 마음 회복을 위한 힐링요가를 더 이어가 본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어느새 맑아지고 이내 좋은 기운으로 채워간다. 왜 우울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단계에 이른다.

 

감정과 마음은 정말 간사하고 소나기 같곤 해서 순간에 속지 말고 살짝 피해 나의 뇌의 회로를 바꿔주면 금세 햇빛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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