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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작가 Dec 22. 2022

우리 사이의 가격

너와 나 관계의 온도 차이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여러 가지 순간 중 큰 이유 중 하나가 ‘관계의 온도’ 아닐까


흔히 나와 상대가 느끼는 관계의 깊이 차이


‘나는 너와 이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 생각했는데 상대는 아니었구나.’라는 차이, 간극을 인지할 때


‘나는 너에게 이 만큼의 돈도 흔쾌히 빌려줄 수 있는 친구라 생각했는데..’

‘나는 너에게 이 정도의 축의금은 할 사인 줄..’

‘언제 불러도 달려올 수 있는 그런 관계라 생각했는데..’

‘속마음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상대는 아니었구나.



여기서 우리는 "돈" 그리고 "마음의 깊이"에 대해 

나만의 잣대로 상대에게 "어떠한 행동"을 기대하거나 나도 모르게 "요구"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라는 원인이 B라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우의 수. 

즉,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상황들이 예외 없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우리는 많은 알 수 없는 상황들은 배제한 채 상대에게 나만의 잣대로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닌가?






"관계와 돈"은 "우리 사이가 이 정도밖에 안돼?"라고 할 수 있는 

관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참 예민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언젠간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당시 무리한 주식투자로.. 보유한 현금이 없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돈거래는 그냥 주는 마음 아니면 친구, 가족끼리도 하지 않는 걸로 교육을 받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설사 당시 빌려 줄 수 있다고 해도 앞으로의 관계에 또 비슷한 상황으로 관계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지금은 멀어진 그 친구는 돈 빌려달라고 하니 다들 핑계된다며 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는 듯했다.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경조사

 나는 인간관계를 돈 문제로 판단하고 싶지 않아 정말 가까운 사람만 초대해서 축의금 받지 않는 결혼식을 하고 싶은 순진하고도 부유한(?) 로망이 있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적정 축의금 액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당연히 준 만큼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정확히 준 만큼만 하면 너무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고민이 됐다.


나에게 잘 베풀어준 사람에겐 더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주고 싶은 마음과 다르게 다시 돌려줘야 할 상대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판단했다. 나는 여러 가지의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경향이 있어서 생각이 많은 나에게 경조사는 너무 피곤한 일이다. 


 축의금  몇 십만 원이 얼마 아닌 듯하면서도 가정이 생기거나 직업 등의 상황이 바뀌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기에, 너무 당시의 내 마음대로만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너무 적지는 않고' 나도 상대도 부담 느끼지 않는 선에서 축하해 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어려웠다. 개인마다 생각 다를 수 있는 그 액수에서 관계에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듯했다. 돈 문제를 제외하고도 관계에서는 서로의 상황과 성향이 달라 생기는 온도 차이도 빼놓을 수 없다.


 정말 단순하게는 이 친구는 이렇게 노는 걸 좋아해서 이 모임을 하고 싶은데 다른 친구는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아 서운해하는 경우. 나는 그 차이를 사정이 있었나 보지, 지금 중요한 게 많은가 봐 하고 내버려 두는 편이라 거기에 잘 맞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는 상대의 서운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피로감을 느꼈다. 

 이럴 땐 여자 친구가 자꾸만 서운해하는 남자 친구의 답답한 심정이 참으로 이해가 갔다. 하지만 서운해하는 여자친구의 심정도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깊이로 인한 서운함은 공평하게도 시시때때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기도 한다.



서로 주고받는 온도 차로 인한 상처. 뜨거운 물을 마시려고 했는데 너무 뜨거워서 혓바닥이 데일 때, 차가운 물을 너무 많이 섞어 미지근 물이라 온도가 맞지 않을 때.


가끔은 너무 뜨겁기도 혹은 미지근하기도 해서 내 상태와 맞지 않는 온도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 어느 날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이런 날은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좋듯이 상대도 그렇다고 인정하고 조금 더배려해보는 건 어떨지


너무 뜨거울 땐 찬물을 조금 섞고,

미지근할 땐 조금 더 뜨거운 물을 부어주기도 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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