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외전 - 김휼

by 좋은생각

어둠외전


김휼


한 겹 어둠을 덧댑니다

꿈틀거리는 정체가 드러나려면

아직 몇 겹의 어둠이 더 필요합니다

숨겨진 가시를 찾기 위해

깊은 밤의 몸으로 스며듭니다

어둠이 어둡지 않을 때까지

그래서 이 방을 나갈 때까지

물결을 잡아끄는 달처럼

나를 이끌어가는 당신의 지혜는

언제나 흑암의 주기를 통과하는군요

어둠이 지지 않는 이 방에서

쓰지만 따뜻한 고배를 마시며

뿌리 깊은 애착의 무늬를 헤아립니다

어둠은 근심이 자라는 구덩이

깊어질수록 가지들은 무성해지지요

빽빽하게 우거진 어둠에 휩싸여

사라진 나를 견디다 보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나올 것도 같은데

지금은 고요한 능동의 시간,

격자무늬 고통이 침묵으로 차오르면

저 문고리에 손을 얹어 볼까 해요


*시와함께 2024겨울호


#시와함께 #김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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