룽다에서 오월로 김휼
룽다에서 오월로
김휼
예감은 틀리지 않았네
그가 니르바나 룽다* 사진을 올렸네
마침 나도 룽다를 떠올리고 있었지
망월 광장에 펄럭이던 리본들이 룽다 같다는 생각을 했어
나는 남쪽 땅끝, 그는 북쪽 대관령 어느 산기슭,
시공을 뛰어넘어 만나는 생각은
예감보다 깊은 일이네
사진 속 흩날리는 룽다를 보며 생각했지
경계 없이 오가는 영혼의 자유와
예감보다 깊은 곳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의 속도와 방향을
더는 오를 수 없는 곳에 내걸린
히말라야 니르바나 극지의 바람과
동백꽃보다 붉은 망월의 극한 슬픔
예상할 수 없지만
예감할 수 있는 운명의 들숨과 날숨을 생각했네
나부끼며 풍장에 드는 깃발을 보며
사라지는 일과 살아남는 일의 경중을 생각했네
몸에 새겨진 기억을 지우는 바람
슬픔이 사라지는 속도와 내가 사라지는 속도 중
어느 것이 빠를지 몰라도
살점 뜯겨나간 진실은 우주를 떠돌다
순전한 자의 영혼에 언젠가 깃들게 될 것이라고
이 일에 혼신을 다하는 바람의 헌신
임의로운 구도자의 증언을 기대하네
룽다에서 오월로
바람이 키우는 말의 갈기 같은 리본 속 경문이
공중을 가르며 달리고 있네
죽을힘 다해 펄럭이고 있네
세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니르바나에서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무등의 오월에서
색을 달리한 바람이 산맥을 넘네
삿된 봉우리 없는 무등, 그 평등의 산맥을
죽을힘 다해 넘고 있네
#룽다에서오월로 #김휼 #작가36호 #오월
*룽다는 티벳어로 룽(바람) 다(말)을 의미하는데 길다란 천을 단 깃발이다.
바람을 타고 진리가 세상에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바람(염원)이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