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생각 Sep 15. 2023

침묵의 문장들

침묵의 문장들  / 김휼

침묵의 문장들 


김휼


붉은 말을 가진 자목련의 결심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의 템포에 맞춰


텅 빈 마음으로 하늘을 세우는 대나무의 자세를 배우러 갑니다


가며, 아버지 기울어진 오른쪽 어깨를 떠올립니다


멈춰있는 바퀴의 참을성이 궁금해 한참을 멈추었어요


어둠 속을 뻗어가는 눈 밝은 뿌리는 절망에서 멀고


탱자나무 가시 사이로 피는 꽃의 질서는 나를 말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종일 하늘을 품다 저무는 호수는 일기장에 무엇을 쓸까요


굳어지면서 생기는 저 고요의 층위


바위의 밀린 숨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봄의 입구에서


열리지 않는 문의 안쪽을 생각하다


애매할 때면 침묵을 앞세우는 말의 처지를 헤아려 봅니다



. 2023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

이전 04화 사라지는 기분, 살아지는 기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