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기분
김휼
울음을 재운 돌 속에선 종종 주먹이 나옵니다
구르다 닳아진 돌이 숨겨놓은 모서리를 알고 있나요
나는 모서리를 숨기고 구르는 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에서 구르다 차이기 일쑤입니다
그것은 돌이 새가 되는 기찬 방식
더러운 기분이 표출되는 허공엔 멍투성이입니다
때론 부적절한 사랑에 나를 던지기도 합니다
기운 사랑의 종말 앞으로 끌려 온
울고 있는 여인이여, 치욕을 줬다면 미안해요
아무데나 굴러다닌다고 중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공개할 수 없는 기분을 안고 바닥을 굴러도
구르다 채이고 다시 굴러도
골리앗의 이마를 명중시킬 단단하고 야무진 꿈은 쥐고 있어요
가끔 부싯돌이 되어 당신 심장에 불을 켜고 싶은 나는
모서리를 숨기고 구르는 돌
종주먹으로 종종 오늘의 기분을 대신합니다
. 2023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