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생각 Sep 16. 2023

돌의 기분

돌의 기분/ 김휼

돌의 기분


김휼


울음을 재운 돌 속에선 종종 주먹이 나옵니다


구르다 닳아진 돌이 숨겨놓은 모서리를 알고 있나요


나는 모서리를 숨기고 구르는 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에서 구르다 차이기 일쑤입니다


그것은 돌이 새가 되는 기찬 방식

더러운 기분이 표출되는 허공엔 멍투성이입니다


때론 부적절한 사랑에 나를 던지기도 합니다

기운 사랑의 종말 앞으로 끌려 온

울고 있는 여인이여, 치욕을 줬다면 미안해요


아무데나 굴러다닌다고 중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공개할 수 없는 기분을 안고 바닥을 굴러도

구르다 채이고 다시 굴러도

골리앗의 이마를 명중시킬 단단하고 야무진 꿈은 쥐고 있어요


가끔 부싯돌이 되어 당신 심장에 불을 켜고 싶은 나는

모서리를 숨기고 구르는 돌

종주먹으로 종종 오늘의 기분을 대신합니다


 

. 2023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

이전 05화 침묵의 문장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