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기분, 살아지는 기분,
사라지는 기분, 살아지는 기분 / 김휼
사라지는 기분, 살아지는 기분,
김휼
지는 해를 보고 싶어 차를 달렸다
색들이 한 방향으로 고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구로 돌아가는
입체적인 엔딩은 꽃들의 무덤 같았다
아니, 불을 먹고 영생을 갖게 된 불새의 기염이었다
문득 불편한 속을 들여다보던 어느 한 날이 떠올랐다
무표정의 의사가 링거줄에 무언가를 투여하자
나를 두고
아득히 내가 사라지는 기분
누군가 흔들어 깨워 겨우 나에게 돌아오던
노을을 오래 바라본다
마음 첩첩 흐르는 붉은 핏물은
사라지기 좋은 성분을 가졌을까
출구를 찾고 있는 이 있거든
노을 앞에 서보라
나를 두고 사라지다 살아지는 야릇한 이 기분,
저 노을을 능가할 출구는 없다
. 2023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