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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생각 Sep 11. 2023

지평선, 가로는 선해요

지평선, 가로는 선해요

지평선, 가로는 선해요 


김휼


물과 땅은, 건너뛰는 법이 없어요

 

그리하여 선線은 선善하다 할 수 있지요

 

더없이 극진한 선善에 이르고자 했던 그가


세상을 등지고 떠난 뒤


가슴엔 순긋하게 실금 하나 생겼어요

 

무수한 불덩이가


의지 없는 세상이 열리고 닫히는 동안

 

꼭 다문 입술에 사라진 이름을 묻고


허밍으로 애가를 불렀어요

 

쉽사리 열리지 않은 입이었다가,

 

희비가 교차 되는 문이었다가,

 

칼자국 흉터 같은 저 지평선은 이분할 수 없는 슬픔의 절취선

 

하늘의 무게를 짊어지던 아틀라스의 비명 같아요

 

누군가, 사라진 윤곽을 되찾고 싶었을까요


한바탕 활극을 벌이고 간 자리에 핏물이 번지고 있네요


스스로를 지우는 선한 선 위로


눈시울 붉은 저녁이 몸을 누이고 있네요



. 2023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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