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기울기
김휼
쫓기듯 떠나간 동쪽이거나
붉은 원죄를 간직한 당신 능선에 어둠이 내립니다
손끝에서 겉옷이 흘러내려요
알몸은 유혹적이에요 날로 먹고 싶은 경향이 있죠
칼과 사과, 승자와 패자는 목 가까이로부터 결정됩니다
드리거나 받는 형식을
둥글기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속으로 울 수 있어야 합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과를
사과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밤입니다
에덴은 기울기가 심하고 굴러 떨어진 뒤 특히 빛이 납니다
죄 짓기 좋은 밤을
무화과 잎사귀를 떼어 가리고 가뿐히 걸어갑니다
눈먼 자의 달콤함과 새콤함으로
과실은 무덤으로 난 비좁은 길을 가고 있으나
너무도 붉어서 놓아버린
당신의 사과
. 2023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