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가로는 선해요
김휼
물과 땅은, 건너뛰는 법이 없어요
그리하여 선線은 선善하다 할 수 있지요
더없이 극진한 선善에 이르고자 했던 그가
세상을 등지고 떠난 뒤
가슴엔 순긋하게 실금 하나 생겼어요
무수한 불덩이가
의지 없는 세상이 열리고 닫히는 동안
꼭 다문 입술에 사라진 이름을 묻고
허밍으로 애가를 불렀어요
쉽사리 열리지 않은 입이었다가,
희비가 교차 되는 문이었다가,
칼자국 흉터 같은 저 지평선은 이분할 수 없는 슬픔의 절취선
하늘의 무게를 짊어지던 아틀라스의 비명 같아요
누군가, 사라진 윤곽을 되찾고 싶었을까요
한바탕 활극을 벌이고 간 자리에 핏물이 번지고 있네요
스스로를 지우는 선한 선 위로
눈시울 붉은 저녁이 몸을 누이고 있네요
. 2023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