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1
천사들의 도시라고 불리는 LA. 이전에 스페인 군대가 캘리포니아 지역에 정착하면서 이곳이 너무 아름다워 부르기 시작한 게 Ciudad de Los Angeles, 즉 '천사들의 도시’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그 후에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Los Angeles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고. 겨울에 짧게 있는 우기 때만 아니면 1년 내네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고 하늘로 곧게 뻗은 야자수를 배경으로 한 이 도시는 이곳만의 러프한 화려함이 있다.
차 없으면 여행하기 불편한 LA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찾기도 전에 공항으로 데리러 온 친구 덕분에 LA의 시작은 몸도 마음도 편하게 시작됐다. 우리는 날짜를 다시 잡아서 보기로 하고, 도착한 날은 쉬라며 친구는 우리를 숙모 집에 데려다주고 갔다. LA에 있는 이번 일정 동안은 사촌동생 둘이 있는 숙모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여행지에서 숙소가 해결되는 것만큼 큰 행운은 없다. 그런 큰 행운에 감사하며 일단 식탁에서 시원한 레모네이드 한잔씩 마시며 오랜만에 만난 숙모와 서로 안부를 묻고 얘기 나누다가 여기서의 일정도 공유하며 현지인의 조언도 이것저것 듣고. 원래 여행할 때, 특히 도착한 날에는 변수가 많이 생기기 나름이기에 특별한 계획을 안 세우는 편이다. 그래도 다른 곳 같았으면 숙소에 짐 내려놓고 잠시 쉬다가 맛보기로 분위기나 살펴볼 겸 시내 쪽을 한 바퀴 돌고 오거나, 하다못해 동네 마트라도 들려서 맥주라도 사서 들어오고 할 텐데 여기서는 그런 마음도 안 들었다. 가족이라는 편안함과 느슨하게 만들어주는 날씨 덕에 우리는 오랜만에 숙소가 아닌 집에서 편히 쉬었다. 해 질 때까지 늘어져 있다가 저녁에는 다 같이 나가서 삼겹살을 먹었다. 가마솥 뚜껑에 삼겹살과 김치, 콩나물무침까지 올려서 굽고 마지막에 볶음밥까지 풀세트로 먹었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삼겹살 풀세트는 된장찌개, 계란찜, 그리고 마무리는 냉면이 아닌 볶음밥. 숙모가 센스 있게 맥주도 먼저 시켜주셔서 동네 마트를 못 들려서 못 마시게 될 뻔한 맥주는 삼겹살을 먹으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잠도 아주 푹 잤다. 금요일을 그렇게 보내고 토요일은 또 토요일이라는 이유로 습관처럼 늦은 시간까지 마음 놓고 늦잠 자며 쉬었다. 낮에 피자로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오후에는 쇼핑센터 가서 사촌동생 옷 같이 쇼핑하고 저녁 먹고 귀가하는 게 우리 일정의 전부였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LA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