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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쥴줜맘 Feb 02. 2022

저기요? 한 번에 한 가지 질문만 해주세요

질문의 역학

 “자기야~ 어젠 어디서 뭐하다가 들어왔어?”  


이것은 인사이동으로 지낸 지 한 달 남짓 된 나의 사무실 선배님의 안부인사이자, 개인적인 시간에 대한 조사이자, 본인의 궁금증을 해결할 질문이다.

이렇게 물으면 나는 뭐부터 대답해야 하는지 그 문장 속에서 헤매다 황당한 답을 한다.  

“아 그러니까요 어제 진짜 추웠어요.”

응? 내 대답은 또 무슨 맥락인가?

그렇지만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질문과 답이 맞지 않는 듯 하지만 맞는 더 이상의 질문은 없다.  

이게 뭘까?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논리적이라고 한다.

인간관계는 대화와 공감 없이 발전하지 않는다.

결국 주고받는 대화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느끼고 관계가 메워져 간다. 내가 내뱉는 한마디 문장에도 상대방의 존재감이 드러난다.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는 지극히 내 중심적인 말들을 전달한다. 내가 궁금한 것 위주로 물어보고 상대방의 앞뒤 전후 상황에 대해서 추측한다.   


하지만 나에게 존재감이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는 상대방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하게 되고 질문 후에도 대화가 이어지기 어렵지 않다. 나는 이게 상대방을 위한 질문을 했기 때문에 대답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다 보니 서로 친분이 쌓이지 않았다면 질문 또한 어려워진다. 그러기에 오히려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대답할 구멍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구멍이 없는 질문은 그것에 답해야 하는 대화 상대에게 거칠게 다가온다. 그것은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예의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저 한마디 물음에 나는 어제 나의 퇴근 후 시간을 모두 보고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여러 가지를 모두 포함한 내용의 질문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녀와 나의 관계가 아직은 그만큼의 대화를 소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걸까 생각했고, 동시에 대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그래서 질문이 이상하다고 판단해 엉뚱한 대답으로 대화를 마무리한 것이다.   


아마도 친분이 충분히 쌓여있는 존중의 관계가 형성된 시기였다면 저 질문은  “자기야, 어제저녁은 뭘(또는 어디서, 누구랑) 먹었어?” 또는 “어제 전주집으로 퇴근했어?”  이런 식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 예상으로 저 질문은 아직 근무지 근처에 집을 구하지 못한 나에게 저녁시간을 어떻게 보낸 건지를 묻는 걱정 어린 안부인사였다. 그렇기에 대답할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다.  


정말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질문을 구체적으로 간단하게 던져주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생각하지만 이런 나도 사실 심각한 물음표 살인마(?)이다.


질문은 대답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할까?

질문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할까?

내 입에서 나가는 그 말과 글이 상대에게 거친 바람이 아니라

옅은 향기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말을 좀 더 줄여가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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