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전망대를 아시나요?

“여기 고양이 살아요!”라고 말하는 집, 그 용기 있는 주인장 이야기

by 할망

건축의 완성은 때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된다. 이곳은 우아한 팽나무(폭낭)가 포근히 감싸고 있는 공간으로, 그 앞에 서면 자연스레 시선은 우측의 돌담으로 향한다. 그 돌담 위에는 우산을 씌운 고양이집이 아담하게 자리해 있다. 마치 "여기 고양이가 살아요!" 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한 모습이다. 겉보기엔 평범한 건물이지만, 고양이집 하나로도 건물 전체에 따뜻한 후광이 드리워진다. 골목을 지나는 누구나 이 공간이 동네고양이를 보살피는 곳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정겨운 분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자연스레 이 풍경을 만든 사람, 주인장이 궁금해진다.

‘여기 고양이가 살아요!’ 건물도 인사하는 듯한 동네의 전경


우리나라에서 동네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은 때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가 굶지 않도록 돕는 일은 아름다운 선행이지만, 때론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갈등을 피하려 어둠이 내린 후 조용히 길을 나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사료를 놓고 돌아온다. 이러한 풍경은 우리 사회의 고양이 공존 현실을 고스란히 비춘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 우뚝 선 고양이집은 조용한 '작은 혁명'처럼 다가온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장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고, 창밖에는 한 마리 고양이가 여유롭게 사료를 먹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고양이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굶주렸다면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이었을 텐데, 모두가 느긋하게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마치 미슐랭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온 손님들처럼 우아한 풍경이었다. 고양이들의 털은 윤기 있고 청결했으며, 눈곱 하나 없이 깨끗했다. 충분한 영양과 쉼이 주어졌기에 가능한 평온함이었다. 이 공간의 인심이 고양이들의 눈빛과 태도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고양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풍경 앞에 서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은 카페. 이 정겨운 풍경이 반가우면서도, 과연 이윤이 남을까 하는 걱정이 스치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향한 주인장의 따뜻한 시선과 인류애를 마주하는 순간,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고양이집은 실내에서도 넓은 통창을 통해 한눈에 들어온다. 팽나무 그늘 아래 돌동산 위에 자리한 고양이집은 나무로 된 테라스와 함께 꾸며져 있어, 고양이들이 식빵을 굽거나 전망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빗방울을 막아줄 우산까지 씌워져 있어, 한 폭의 낭만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공간에서 고양이들은 평화롭게 쉼을 누린다.


사람들은 창밖의 고양이를 감상한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들은 그보다 높은 곳에서 사람을 내려다보며 네모난 상자 속 움직이는 인간을 구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시선을 나누며 동등하게 존재하는 이곳은, 진정한 공존의 풍경이다.

네모난 창을 사이에 두고, 사람과 고양이는 서로를 바라본다.


창밖 고양이들에게 시선을 빼앗겨 카페 안에도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을 잊을 무렵, 고등어 무늬 고양이가 “나도 봐달라옹!” 하며 창틀 위로 깡충 뛰어올랐다. “안녕, 공주님!” 인사를 건네자, 주인장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주문하시겠어요?” 고양이에 넋을 잃은 손님을 기다려주는 그 여유로운 미소가 인상 깊었다.


주문하려고 메뉴판 앞에 서있는데, 방금 인사 나눈 고양이가 몸을 길게 늘이며 앞에 누웠다. “손님, 주문하라옹. 우리 사장님 커피 진짜 맛있다냥!” 그때 흰 옷에 치즈 무늬를 두른 또 다른 고양이가 나타나 “나도 있다옹! 이야옹!” 하고 외쳤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고양이가 있으니, 커피 한 잔 주문하기도 쉽지 않다.

카페 메뉴판에는 제주 마을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커피 원두는 위미, 저지, 고내. 차는 낙천, 대정, 표선. 그 이름만으로도 제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좋아하는 마을인 '위미' 커피를 주문하며 미소 지었다.

주문은 고양이에게. 이곳에서는 커피보다 고양이 인사가 먼저다.


주문대에는 카페의 평면도가 놓여 있었다. 이곳을 찾은 이유 중 하나는 건축가가 설계한 ‘시오(Cat Ocean, 고양이 전망대)’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동네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꼭 와보고 싶었다. 평면도를 들여다보니, ‘길고양이 돌동산’, ‘길고양이 마당’, ‘할머니의 텃밭’ 같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일반적인 건축 도면에서는 보기 어려운 따뜻한 명칭들이다.

설계자의 손끝에서 태어난 고양이의 쉼터,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이 그려진 평면도


호기심에 주인장에게 말을 건넸다. “평면도에 이런 이름들이 쓰여 있다니, 정말 귀엽고 따뜻하네요.” 주인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랜 세월 할머니가 살던 구옥을 최대한 살려 리모델링했고, ‘할머니의 텃밭’은 예전 마당의 이름이었다. '시오'라는 이름은 스위스의 전설적인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어머니를 위해 지은 작은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 집 옥상 계단에는 '캣워크'를 만들어 고양이가 앉으면 호수를 볼 수 있는 ‘고양이 전망대’가 있는데, 제주 고내리에 재탄생한 '시오' 역시 그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시오는 처음부터 고양이를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건축사무소로 운영되던 어느 날, 돌동산 위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창밖을 내려다보았고, 냉장고에 있던 소시지를 내주며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밥을 주기 시작한 고양이에게 ‘시오’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후 시오가 아기 고양이를 데려오자 돌동산 위에 고양이집을 마련해주었다.

르코르뷔지에가 어머니를 위해 지은 ‘작은집’. 고양이를 위한 ‘시오’의 시작도 이곳에서 이어졌다.


고양이 시오와 아기는 지금의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게 만든 주역이었다. 고양이 시오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영역을 옮긴 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 아기 고양이들은 이후 카페의 가족이 되었고, 지금은 고등어 무늬 공주님 셋이 카페 안팎을 자유롭게 누비고 있다. 치즈 고양이 ‘별채’는 아팠고, 끝내 별이 되었다. 평면도에는 고양이들의 이름을 딴 공간명이 남아 있다. 벽에는 아기 시절 사진이 걸려 있어 따뜻한 기억을 전해준다.

고양이 동산에서 내려온 네 천사, 첫 번째 가족


르코르뷔지에가 어머니를 위한 집에 동물의 공간을 넣었듯, 시오의 주인장도 동물과 식물, 생명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을 꿈꿨다. 햇살이 잘 드는 창, 팽나무가 보이는 천창과 중정의 설계는 르코르뷔지에의 정신과 닮아 있다. 고양이를 위해 만든 공간은 아니었지만, 높은 창과 복층 구조는 고양이들에게 전망 좋은 쉼터가 되어주고 있었다.

햇살과 팽나무, 그리고 고양이의 시선이 머무는 창


고등어 공주님들은 그 공간을 여유롭게 누비며 손님의 모델이 되어주고, 엉덩이를 내어주며 궁디팡팡을 즐긴다.

고양이가 모델이 되어주는 시간
궁디팡팡 받으며 오늘도 인기 만점, 고양이 전용 힐링 시간


카페 밖의 고양이들은 카페를 둘러싼 고양이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배가 고프면 사료를 먹고, 햇살 받으며 늘어지게 잠을 자기도 한다.

고양이 동산 위의 전망대에서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며, 비가 내릴 때나 햇살이 뜨거울 때는 우산 아래에서 편안히 쉬고, 추울 때는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 고양이들. 고양이의 천국은 바로 이런 곳일 것이다.

배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고양이들의 작은 천국


필요할 땐 실내에서 보호받으며 회복한다. 치즈 고양이도 다쳐 요양 중이었고, 공주님들은 그런 친구를 조용히 지켜보며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돌동산 아래 고양이 마당의 요정들


이곳은 르코르뷔지에처럼 설계할 때부터 ‘고양이 전망대’를 계획하진 않았지만, 이름(Cat Ocean, 고양이 전망대) 그대로 돌동산 위의 겨울집은 고양이들에게 진정한 쉼터가 되었다. 우산을 쓰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자주 방문하는데, 제주의 강풍으로 우산이 고장 날 때마다 새로운 우산으로 교체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카페가 쉬는 날에도 우산 쓴 고양이들을 볼 수 있어 이 골목으로 지나가는데, 빨강 우산으로 변모한 낭만하우스에는 젖소 무늬 고양이 둘이 머물고 있었다. 우산의 한 폭에는 애니메이션 '라바'의 노란 애벌레가 그려져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바의 우산을 쓰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니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 초록초록한 계절에 노란색 포인트가 있는 빨강 우산과 젖소 고양이의 색감 조화는 정말 아름다웠다. 주인장이 고양이들의 옷 색상에 맞추어 빨강 우산을 씌어준 것은 아닐지라도, 그 장면은 감탄을 자아냈다.

튀는 색상이라서 시선이 더 갔는데,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 자연스럽게 지내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장의 마음에 박수를 보낸다.

빨강 우산 아래, 고양이도 마음 놓고 머무는 주인장의 배려


최근에 방문했을 때는 빨강 우산이 파란 우산으로 교체되었는데, 어린 고등어 무늬 고양이들이 우산 끈을 잡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렇게 카페 안의 고등어 공주님들을 닮은 새로운 식구가 등장한 것이다. 밥걱정 없이 해맑게 누워서 장난치는 아기 고양이들의 모습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고양이 계보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먼 친척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며든다.

고양이의 여름, 파란 우산 그늘 아래 장난처럼 피어나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사람과 고양이, 그리고 따뜻한 마음들이 어우러진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조용히 깨닫는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어우러지고,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곳이었다.

주인장이 보여주는 용기와 배려는 고양이뿐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곳이 오래도록 사랑받고, 공존의 문화가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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