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마음에 들어가는 것

박준의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읽고

by 허건

책을 읽거나 글을 쓰지 않으면,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다. 내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나를 조절하는 기분이다. 그렇게 수동적인 인간이 되어버린 나는 감정에 휘몰리지 않으려 억지로 브레이크를 채운다.
바로 독서와 글쓰기. 브레이크를 밟고 내 감정을 들여다본다. 내 감정을 돌아보면 사실 별 거 아니다. 언젠가 한 번은 겪었던 흔한 감정일 뿐이다. 별 거 없다.

그 별 거 없는 감정이 한 번 소용돌이치면 나는 어쩔 줄 모르겠다. 마음 정리하고 결정을 내렸음에도 내일이 되면 또 까먹는다. 매일이 힘든 나날의 연속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 빈도와 강도가 점차 약해진다는 것. 처음엔 견디지 못할 것 같던 마음도 차츰 견딜만한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점.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 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하지 않게 돼." 박준, 낮술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 박준, 어른이 된다는 것

나를 쉽게 다그치지 않기. 삶은 원래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 그러나 점점 마음에 들어가는 것.
누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책을 읽으니 책이 내게 말을 건다.

책을 읽으면 당신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글을 써요. 당신에게 편지 쓰듯 내 하루를 공유하고, 내가 느꼈던 것들을 글로 남기면 조금은 나아지니깐.

타인에게 바랐던 수반감(​隨伴感)을, 이제는 내가 나에게 먼저 건네주려 한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게 너무 많은 삼십 대 초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너무 좋은 나이다.

작가의 이전글사랑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