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봄이 오면 화려한 벚꽃이나 개나리도 예뻤지만
걸음이 닿는 길가마다 피어있는 하얀 들꽃이 더 예뻤다.
그 꽃의 이름이 뭔지 찾다가 구절초, 쑥부쟁이, 개망초, 하얗고 노랗게 생긴 꽃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언제 거기 피었을까
왜 내내 눈에 밟힐까
아름답다. 예쁘다.
그 이름을 부른 순간
사랑이 시작됐다.
본래 예뻤는지, 내 눈에 각인돼서 예뻐졌는지
순서는 모르겠다.
내내 사랑한다고 말하고
보고 싶다고 울며 찾아가고
헤어지기 싫다고 질척대면서도
그 시간 내내 예뻤다.
그는 자기가 예쁜 건 아니라고 했지만
그게 중요한가
이렇게 내내 내 마음속에서 어여쁜데
어떻게 안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장미나 벚꽃처럼 예쁜 건 중요하지 않아
당신이 내게 와 꽃이 되었으니깐
내 맘 속을 하얀 꽃밭으로 만들었으니깐
그걸로 행복했으니깐
무척이나 예쁜 사람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슬펐던 사람
내내 예뻤고
영영 예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