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너는 너

우리는 사랑일까, 빈집

by 허건

사랑은 기본적으로 배타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라는 관계의 틀 안에 '우리'만을 전제하겠다는 뜻이다. '타'자의 침범을 '배'제한다는 의미에서 '배타'이다.

그러나 한 사람을 사랑할 때, 그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본인은 이 무의식적인 요소들의 집합을 정상 상태로 여긴다.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외눈박이 나라에 살던 내가 외눈이 인간의 보편적인 특성이라고 여길 때, 두눈박이 나라에 살던 그는 두 눈이 인간의 정상 상태라고 내게 말해준다. 서로의 평균과 기준과 보통의 정의가 다르다. 그 차이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

두 눈이 되고 싶었던 나는, 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나는 나, 너는 너'가 아닌 '나는 너'가 되고 싶은 욕망. 사랑은 그렇게 나를 잃어버리는 황홀경에 빠지는 주술인 줄 알았다.
너의 일상이 나의 구원이고, 너의 이정표가 나의 운명이다. 너는 나의 전부이니까.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집'

이별 후 나는 우리가 만들었던 '우리'라는 집에 홀로 남아 아직도 집을 지키고 있다. 당신이 오지 않을 것을 알지만, 나만의 애도의 기간이랄까. 떠나려고 문 잠그고 나왔는데, 습관처럼 다시 되돌아온다.

오늘은 꿈에 당신이 나왔다. 꿈속에서도 나는 펑펑 울기만 했다. 아직도 내 곁에 있는 것만 같은데, 눈을 뜬 이 현실이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과 정말 재밌었는데, 그래서 더 힘든가보다. 볼 수 없다는 게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든다.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그때의 당신이 아님을 알기에, 더 이상 내가 볼 수 있는 당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기에, 내 삶과 나라는 존재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당신이 떠난 집에 홀로 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 당신의 영혼이 남아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기뻐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아침에 일어나 유튜브 숏츠를 보다가 JYP 박진영이 자신이 평생 앓아왔던 비염과 알러지를 치료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 떴다. 왜 이런 것만 보면 당신이 생각나고 다시 마음이 아파지는 건지. 만성적으로 힘들었던 당신의 괴로움이 생각나 안쓰러워진다. 당신에게 다시 연락할 핑계가 생겼다는 것에 기뻐하다가 이내 우리가 더 이상 '공유하는 세계'에 있지 않음을 실감하고 실의에 빠진다.

집에 홀로 있는 게 무서워 나를 바쁘게 만든다. 자꾸 아프고, 자꾸 실의에 빠지고, 자꾸 안쓰럽고, 후회되고, 자책하고, 자꾸 당신의 미소가 떠오른다. 이러다 아무것도 못하고 골방에 갇혀 당신이 사랑하던 내 모습을 잃어갈 것 같아, 나는 바쁘게 책을 읽고 독서 모임에 나간다. 그리고 글을 쓴다. 글을 쓰면 정신 건강에 좋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글을 쓰니 마음이 점차 안정되어 간다. 당신에게 나의 사소한 것들을 공유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다시 '나는 나'가 되어 간다. 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너는 너'를 찾아가고 있겠죠. 사랑의 배타성이라는 이름 아래 당신을 갖고 싶었던 나는, 이제 서로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는 우아한 거리감을 통해 당신을 사랑하기로 한다. 당신을 나의 유일한 빛으로 가두었던 배타적인 갈망을 내려놓고, 이제 나는 나로, 당신은 당신으로 흐르기로 한다.

매일 똑같은 글을 쓰는 것 같지만, 매일 까먹는 나를 위해 이렇게 스스로 다짐하기로 한다. 나는 나, 너는 너

작가의 이전글일상이라는 이름의 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