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산재] 구례여행 2

by 보라

쌍산재


섬진강 벚꽃터널을 지나 달리는데 예쁜 한옥을 발견하고 감탄했다. 들렀다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쁘게도 다음 코스로 정해진 '쌍산재'라는 곳이었다. 운치 있는 한옥 안으로 들어가며 계속 감탄을 멈추지 못했던 쌍산재에서의 시간이 구례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해주오 씨 가문의 생활상이 보존된 고택이다. 현 주인의 6대조 할아버지가 짓고, 자신의 호를 따라 "쌍산재"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쌍산재는 운조루, 곡전재와 함께 구례 3대 전통가옥이다.


조선시대 신비의 생활상이 보존된 약 16,500제곱미터의 정원에 크고 작은 15채의 고택으로 이루어진 전통 정원을 품은 고택으로 전라남도 제5호 민간정원이다. 향촌에 은거해 선비 정신을 실천한 가문으로 종가는 사천, 돈목, 근학 등 14가지 실천 덕목을 사당 현판에 새기고 자손들이 지키도록 했다. 벼슬을 멀리하고 양택에 서재를 세워 학문하며 선비다운 삶을 실천한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는데 힘쓰고 있다. -쌍산재-


tvN 예능프로그램 ' 윤스테이'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고 한다. 나도 윤스테이를 시청했다면 오고 싶어서 저장해 놓았을 장소였을 것이다.

입구에서부터 아기자기하면서도 좁은 통로를 지나면 펼쳐지는 놀라운 풍경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커피와 차 종류를 주문하는 카페가 나온다. '매실'차가 특히 맛있다고 하는데 커피를 주문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누구랄 것도 없이 한 손에 든 차가 식어가는 것도 잊은 채 차를 마시는 대신 감탄사만 내뱉었다. 뒤채로 돌아서니 한옥마루에 단정하게 소반과 방석이 놓여 있었다. 그곳에 잠시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셔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간지럽힘에 정신을 놓았다. 바람멍, 풍경멍이라고 해야 할까! 동백꽃이 붉게 핀 마당 평상에 앉으니 모든 시름을 잊게 된다. 마음속에 그저 평온만이 잔잔하다.




마루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시간, 바람과 햇살과 꽃들이 반겨주는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대롱대롱 매달린 곶감은 길쭉한 것이 대봉감을 말린 것이라고 한다. 달달함이 눈으로도 느껴진다.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별채가 나타난다. 햇살을 피해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알맞은 그늘과 바람이 시간을 내어 준다. 앞 뒤에서 부는 바람 사이에 앉아 풀들의 소리를 듣고 있잖니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공간에서의 시간이 또한 꿈이 아닌가 싶다. 따뜻한 햇살이 등을 쓰다듬고, 바람이 머리깔을 넘겨주니 그제야 한가로이 커피 한잔을 마셔본다.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나타나는 또 다른 공간은 마치 비빌의 숲과 같았다. 동백나무 터널이 나오고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다. 온갖 나무와 꽃, 돌이 어우러지고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 그 안에는 또 다른 문들이 있었고, 문을 하나하나 열 때마다 입이 쩍쩍 벌어졌다. 이 아름다운 자태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또다시 한옥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만다.







넓은 잔디밭을 지나면 서당을 운영했던 선조들을 기리는 '경암당'이 나온다. 초록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한옥 지붕이 운치를 더해준다.


'해주 오 씨 문양공 성균전사공파 부군 25 세손 경암 주석을 기리는 곳으로 뒤 창호 밖 돌담 너머에서 비친 사도지 풍경은 경암당의 미학을 완성한다. -쌍산재의 경암당-




경암당을 지나 담 쪽으로 가면 또 다른 문이 등장하는데 이 문이야 말고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여기가 끝인가 하고 열어 본 문 밖으로 비취색의 호수가 나타난다. 이곳은 '사도저수지'이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농업용수 저수지라고 하는데 뒷마당의 운치를 더해 주는 곳으로 호젓하게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영벽문'을 열면 보이는 비취색 사도저수지


섬세하게 가꾸었으면서도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집들과 정원은 보면 볼수록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쌍산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가 1만 원인데 그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숙박은 아쉽게도 운영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숙박이 빨리 문을 열어서 여유롭게 쌍산재의 낮과 밤 그리고 새벽의 아름답고 멋진 풍경도 경험해 보고 싶다.


차를 마시며 책 읽기를 즐겨하고 학문을 사랑했던 선조들의 모습을 후손들이 잘 가꾸어 보존한 한옥정원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감상을 마치고 나오니 머리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주인장이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며 다정하게 말을 걸어온다. 후손이 잘 지켜내 명당으로 만든 이곳 '쌍산재' 잊지 못할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