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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Sep 07. 2023

수원 책방 [낯설여관] 첫 번째 방문

책방


2023. 6월 방문



이웃들과 공유할 나만의 개성 넘치는 공간을 꿈꾸며

이름도 독특한 독립책방 방문 이야기 




낯설여관





'낯설다'는 형용사와 '여관'이라는 명사가 만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매력적이다. 한 번은 가야지 가야지 미루던 책방 방문을 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춘천에서 [첫 서재]를 운영하는 남형석 작가님의 북토크가 수원에서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신청을 했다. 한 동안 소식이 없어서 당연히 당첨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기쁜 초대를 받았다. 


어스름한 저녁, 1호선 전철을 타고 화서역으로 갔다. 화서역에서 낯설 여관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가 걸린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초여름의 저녁 날씨는 걷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쩌면 체력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동네 구경을 하며 걷기로 한 계획을 변경하고 버스를 탔다. 정거장에서 내려 잠깐 동안 골목을 구경했다. 아기자기하고 오래된 건물들, 정육점이며, 식당, 카페와 미용실, 부동산 등이 정겨웠다.  책방은 쉽게 눈에 띄었다. 붉은 벽돌 건물에 커다란 간판이 보였다. 반갑고도 매력적이다. 



화서역, 수원 정자동은 고등학교 친구가 27살에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꾸린 곳이었다. 그때 의정부에 살고 있던 내가 1호선 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찾아갔던 친구의 집 근처라는 생각에 정겨움이 배가 됐다.







그렇게 1호선 화석역은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보게 한다. 27살, 꽃다발을 들고 첫 아이를 출산한 친구의 집으로 가던 길, 그 길이 바로 화서역에서 책방으로 가는 길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때 의정부에 살고 있던 나는 수원행 1호선 전철을 타고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우정을 과시하며 정자동으로 향했다. 길가의 작은 꽃집, 꽃을 받아 든 어린 나의 낯섦과 설렘, 수수했던 모습까지 잊힌 듯 하지만 지워지지 않은 장면들이 하나씩 살아난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일은 설렘과 함께 약간의 긴장이 동반된다. 낯선 공간으로 가는 길, 낯설지만 어색함보다는 설렘을 가지게 하는,  그러면서 편히 쉬었다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여관'이라는 이름이 포근하게 나를 감싸준다.


요즘 책방에 가면 '공간이 참 예뻐, 참 좋다.'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낯설 여관 입구에서부터 혼잣말이 시작됐다. 복도로 들어서며 은은하게 비치는 조명, 아지자기한 소품들, 따뜻한 소파와 책장을 보며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물건을 만져보는 아기처럼 신비로움에 젖어든다.


진한 에매랄드빛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형석 작가님의 첫인상은 수줍은 소년 같았다. 기자 생활을 오래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낯선 곳에 공간을 짓고 새로운 꿈을 향해 돌진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순수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그 순수함이라는 것이 사람의 큰 에너지인지도 모르겠다.



낯설 여관의 공간은 책방인 204호와 사진관인 203호로 되어 있다. 영화관도 때때로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한다.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글쓰기 모임, 북토크, 독서모임 등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루어지는 이런 공간을 공유하는 주민들이 부럽다.  다음에 오게 되면 프로필 사진도 찍어보고 싶다. 다정하고 편안하게 나의 모습을 끌어낼 줄 것만 같은 낯설 여관의 주인장님의 모습에 믿음이 간다.


요즘 독립책방은 책방지기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곳 낯설 여관은 책방지기님의 관심이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분다.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이 그것을 알게 해 준다. 이곳의 활동을 온라인으로 만 지켜보아도  막연하게 생각하던 환경을 사랑하는 법을 실천해 보고자 하는 생각을 깨워 준다.  아이스팩 수거, 유리병과 뚜껑 분리, 투명 페트병을 모아 직접적인 활용 등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실천하는 곳, 매력적인 '낯설여관'으로의 즐거운 여행이었다.


오늘 북토크는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고 한다. 만나고 싶었던 작가님을 만나고 귀한 책도 선물도 받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혼자 오면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어지는 곳, 함께 오면 서로 마음과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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