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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Sep 10. 2023

책방연희





토요일,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만나는
책방 수업 이야기






지하철 홍대입구에서 내려 경의선 절길을 따라 걸으면 책방연희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한 가지씩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을 시작으로 인디자인과 책방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덧 책방연희에 빠져들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진작에 가보고 싶었던' 당인리 책 발전소에 들렀다가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갔다.

오늘은 단기 특강이며 준비물도 없어서 편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커피 한 잔의 펜 드로잉
원데이 클래스
Sunny with 책방연희



"평소에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으세요?"


내가 요즘 그렇다. 잘해야 된다는 생각만 가득하니 온몸에 기장감이 흐른다. 마음을 비우고 나도 알 수 없는 내 모습을 편하게 드러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마음 표현하기, 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다. 어렵다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왜 어려운지 알아야 숙제를 풀어 나갈 수가 있다. 그리지 않고 생각만 하니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수업에 임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근본적인 것은 연습 없이 막연한 꿈만 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금씩 그려나가야 어디가 어렵고 잘 안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갈 때 그림이 그려진다.


강사님이 보여주는 두 개의 그림, 같은 것을 보고 그렸다는데 펜의 느낌, 입체감, 곡선의 표현이 다르다. 어떤 그림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그림일까 묻는다. 난 그것을 또 맞춰보고 싶은 욕심에 눈을 부릅뜬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에 내 마음을 들키기라도 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으로 잠깐 긴장했다가 편하게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놀이처럼 해보고 싶어서 온 것인데 그것으로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펜드로잉이라는 강의 제목을 보고 마음대로 선을 긋는다는 것만 생각했다가 눈앞에 놓은 그림을 대하니 그린다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1. 선으로 명암을 나타내는 연습을 먼저 했다.

펜으로 슥슥 긋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기가 주는 맛이 이런 것이겠지.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가는 대로 표현해 보는 것,

잠깐의 선 연습을 끝내고,


2. 정물의 실루엣을 따라 그리고 다시 채워 넣는 방식으로 색칠했다.

두 번째 종이에는 주어진 정물의 실루엣을 따라 그리고 다시 물체를 구체적으로 넣어 표현해 보는 것이었다. 한 선 한 선 가르침에 따라 그어 보고 칠해 보면서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3. 세 개의 원이지만 크기와 형태가 조금씩 다른 접시와 그 위의 디저트와 차 그려보기

세 번째 종이에 그리는 그림은 자신감이 생겼다. 접시마다 다른 명암을 다른 패턴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결국 정답은 그리고 싶은 대상을 잘 관찰하고, 지금까지 보지 않았던 시선으로 바라보고, 끝임 없는 연습만이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디 분야에서나 당연한 이야기다.

평소에는 형체를 보고 그렸다면 지금은 형체 밖의 다른 모습을 찾아내며 그려 보았다.

지울 수가 없는 펜드로잉은 더하기의 묘미가 있다.

잘못 그어 저 비뚤어지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다시 몇 번씩 펜을 긋다 보니 오히려 그곳이 뚜렷해져서 눈에 띄었다.





"잘 못 칠 한 부분은
그냥 그대로 두고
다른 곳을 그리세요."





다른 부분을 그리면서 더하기 방식으로 수정해 나가는 것이 펜드로링의 매력이다.


다 그린 그림을 멀리서 보고, 사진으로 보니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쓸 때는 내 감정만 바라보며 쏟아 냈다면 한 달 정도 지난 뒤에 다시 보는 글은 내 마음을 바깥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지금까지는 사물만 봤다면 이제는 사물 주변의 공간까지 보게 되는 또 다른 시선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왜 그림을 그리고 싶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재밌어서, 여행 가서 풍경을 담고 싶어서, 글과 함께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제 각각 다르지만, 비슷한 이유가 있다.

한 수강생이 이곳에 온 것이 바로 "여행"이라는 말을 했다.

공감이 간다.

맞다.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며 나를 발견하는 것이 신나는 여행이다.


오늘도 재밌는 하루 여행이었네.








경의선 책거리 풍경





책방연희 풍경


펜으로 명암 표현해 보기


펜선으로 그리는 풍경, 입체감 살리기, 명암을 표현하는 여러가지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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