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by 보라






이용자가 출력표를 보여 주며


'저기…… 서고라고 쓰여 있는 책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지요?'


하고 물으면 누군가 지하에 있는 서고에 가서 책을 찾아와야 합니다.


'이 책은 저희가 찾아다 드려야 돼서 10분 정도 뒤에 다시 오시겠어요?'


하면 '아 네.'하고 말하는 분도 있고 '네?! 10분 이나요?' 이렇게 놀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내려 가 책을 바로 찾아온다면 5분 안에도 가능하지만 가끔 그 자리에 책이 없다면 당황하게 되고 여기저기 찾다 보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게 됩니다. 그것도 다행히 찾게 되면야 괜찮지만 그렇게 시간을 끌고도 찾지 못한다면 곤란해지겠지요. 그래서 넉넉하게 10분 정도 이야기하고 찬찬히 찾아보는 것입니다.


처음 근무를 시작하고 책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다들 분주하게 일을 하는데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용자가 와서 계속 새로운 것을 물어보아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럼 옆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물어봐야 하고, 전화도 받아야 되고 난처했습니다. 그럴 때 좋은 방법은 바로 책을 꽂으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예약 책을 찾아오는 일도 있고요. 그렇게 저는 찾는 일에 열심을 다했습니다. 서고라면 더 반갑게 손을 번쩍 들었지요.



"서고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서고행은 계속됐습니다. 서고에 가면 편안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천천히 책을 찾으면 되니까요. 서고는 흥미로웠습니다. 오래된 책 냄새 사이로 피어오르는 신비로운 이야기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았지요. 서고로 가는 길은 신났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잠깐 동안 운동 한 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거든요.













예전에 근무하던 도서관 서고는 엘리베이터로 갈 수 없는 깊고 깊은 지하였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더 깊숙한 지하에 서고가 있었지요. 계단의 경사도는 높고 가팔랐습니다. 서고문이 쿵하고 닫히면 아무도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곳에 혼자 있게 되는 것이니 생각만 해도 으스스하지요. 지금 근무하는 곳은 지하이긴 해도 엘리베이터가 있고, 서고 문 앞은 카페와 식당이라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고 음악소리도 들려 으스스한 기분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녁 8시가 되면 카페와 식당은 문을 닫고 복도의 전등도 모두 꺼집니다. 밤 9시가 넘어서고 책을 찾는 이용자가 나타난다면 손전등을 들고 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빈손으로 털래털래 내려갔다가 불이 다 커진 복도에서 서고문으로 다가가며 서늘한 기운을 느꼈답니다. 휴대폰이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서고는 조명도 대체적으로 어둡습니다. 구석 책장에 꽂힌 책은 찾기가 어렵지요. 그러니 손전등과 휴대폰은 꼭 챙겨가야 합니다.


전 서고 갈 때 즐거웠어요.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것만 같은 기대가 생기는 곳이니까요. 서고문을 열고 들어갈 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것이 불문율인데 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먼저 온 누군가가 서고 어디쯤에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를 했는데도 인기척이 없다가 어디선가 사람이 나타나면 서로 깜짝 놀라게 되거든요. 가끔은 누군가 목소리가 분명히 들렸는데 아무도 없을 때 등골이 오싹해지지요. 환청일 수도 있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일 수도 있긴 하지만요. 이런 경험을 하면 당시에는 무서웠어도 재미있는 이야기 꺼리라며 즐기게 된답니다.


"선생님, 서고에 뭐 맛난 거라도 숨겨뒀어요?"


서고요청 도서만 있으면 가겠다고 나서니 이런 의심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전 이렇게 대답하죠.

"뭐 어려움을 글로 승화시켜 보려는 거지요.' 아니면 "괴담요, 도시괴담 같은 거요. 서고가 딱 그런 이야기 쓰기 좋잖아요." 하고 대답하면 모두들 신기하게 바라보지요.

어둡고, 쾌쾌하고, 습하면서 오래된 책들을 펼치면 마법의 주문이라도 걸릴 것 같은 분위기죠.



'이거 정말 좋은 소재 감 아니에요? 암호 같잖아요?'

한 선생님이 오류가 난 프린트 종이를 들고 옵니다.

매트릭스 영화에 나오는 암호 같은 글자들이 프린트되었습니다.

종이를 노트에 곱게 테이프로 붙여 놓았습니다.

언젠가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길 바라면서요.


한 번은 예약책이 자리에 없어서 찾느라 전 직원이 나서 서고를 들락거렸습니다. 이럴 땐 먼저 찾고 싶은 도전정신이 생기거든요. 왜 자리에서 사라졌을까? 어디에 가 있을까? 추리를 해봅니다.

만약 청구기호가 [186.5ㅋ ]인 책이라면 잘 못 꽂힐 확률이 있는 자리는 아마도 [186 ㅋ]이나 [186.5] 어딘가 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행히 이 책은 [186ㅋ] 근처에 있었습니다.

저는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여 묵직한 책을 흔들며 데스크로 갔습니다. 다들 놀라는 표정입니다. '찾기의 신'으로 등극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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