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프린트 좀 하고 싶은데요.
우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전화 한 통 화만요
화장실은 어디죠
열람실 좌석 예약은 어떻게 하나요?
식당은 몇 시까지죠
메뉴는 뭐뭐 있나요? 맛은 있나요? 가격은요?
옆 건물 식당은 몇 시부터인가요?
엑셀 죰 가르쳐주세요
이 서류를 메일로 보내고 싶어요
길가에 추자 했는데 괜찮을까요?
포토샵 좀 알려주세요.
정수기는 어디 있지요?
처음 근무할 때는 데스크에 앉아 있는 것이 다소 불편했습니다.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못하고 어물거리는 내 모습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피해 다녔습니다. 반납책이 들어오면 도망치다시피 서가로 갔습니다. 지하서고에 책을 찾으러, 2층 자료실로, 어린이 서가로 그렇게 도서관 안에서도 방황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었고, 소나기처럼 돌발적인 일들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모르는 것은 왜 끝도 없이 나타나는지, 조금 알겠다 싶으면 또 새로운 업무가 덤벼듭니다. 한동안은 일을 마치고, 두근거리는 떨림으로 서투른 고백을 하듯 했습니다.
'이거 맞게 했나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나기가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추기도 했지요. 용기를 내어 데스크에서 무슨 일이든 감당해 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니 도서관 운영의 전반적인 흐름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졌습니다. 아제 어느 정도 안정감 있게 이용자를 대면할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방법에서 시작해서 이용시간 문의, 열람실 좌석배정과 도서기증의 내용, 지하식당 이용시간과 지하철에 있는 타관반납함 안내까지 문제없이 척척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행사가 열리면 신속하게 파악하고 안내할 준비까지 완료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들은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뒤를 이어 오는 선생님들은 금세 전화도 잘 받고, 응대를 척척 잘합니다. 알고 보니 대부분 다른 도서관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2층 자료실에서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져봅니다. 언제나 좌석은 거의 만석인데 혹시나 하고 둘러보니 구석진 자리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없어도 옷가지나 노트북, 책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게 마련인데 오늘은 비어있네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잠깐의 휴식을 가져봅니다. 한 번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이렇게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하우스메이드」와 비슷한 책 좀 찾아주세요.'
이렇게 앞뒤 없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특성 도서가 아닌 인터넷 검색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함께 찾아가는 일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우스메이드」와 비슷한 책'이라고 인터넷에 검색하니 관련 자료가 나오더군요. 소설의 내용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이용자의 필요를 함께 찾아가는 일이 바로 사서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며 수업에서 들은 '참고봉사'의 의미를 되새겨보았습니다.
*참고봉사 : 정보를 찾는 도서관 이용자를 사서가 도와주는 활동 즉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