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
오늘따라 도서관을 들어서는 사서들의 발걸음이 가볍고 목소리는 우렁찹니다.
도서관이라면 모름지기 고요한 공기 사이로 말소리도 소곤거리며 조심해야 하는데 오늘은 편안하게 말하기, 커피 자유롭게 마시기, 틈틈이 간식 먹기, 함께 밥 먹기가 허용된 날입니다. 바로 장서점검의 날입니다. 일주일간 도서관은 공식적으로 폐관이고 직원들만 출근합니다. 일반적으로 근무할 때는 교대로 밥을 먹고, 각자의 일을 하느라 분주해서 이야기 한 번 제대로 나눠보기 힘들었습니다. 동료들과 눈도 마주쳐보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장서점검의 날이 좋은 이유입니다. 데스크 업무를 하다 보면 커피에 비스킷 한 조각이라도 먹을라치면 갑작스러운 이용자 응대에 입속 가득한 먹거리를 삼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자유로운 날이지요. 그동안 밀린 대화를 속 시원하게 할 수 있고, 이용자에게 언제나 양보해야 했던 서가의 책상도 마음껏 사용하고 구석진 소파에도 앉아 볼 수 있습니다.
서가의 모든 책과 서고의 책까지 장비를 이용해 점검하고 걸러내서 다시 재배치해야 하는 작업이, 정해진 기간 안에 이루어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잠깐의 휴식 시간에는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고, 점심시간에는 함께 밥도 먹고, 온전히 자유롭게 각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물의 뚫린 구멍으로 탈출한 물고기처럼, 새장을 도망친 새처럼, 자유롭게 웃음소리가 서가에 울려 퍼집니다. 내가 선호하는 자리는 구석진 소파 자리입니다. 일찍 출근해서 업무가 시작되기 전 잠깐의 시간 동안 책 읽기와 차를 마시고 가방도 그곳에 놓아 나만의 자리로 찜하는 호사를 누려봅니다. 창밖으로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며, 꿈결같이 흘러간 시간을 돌아봅니다.
장서점검 장비를 사용해서 책들 사이에 잘 못 꽂혀 있는 책들을 골라냅니다. 새로운 장비를 사용해 본다는 것이 즐겁고 신기합니다. 앞, 뒤, 옆으로 가까운 곳의 책들이 한꺼번에 읽히기 때문에 미분석 자료가 나오면 어떤 책이 미분석인지 명확하게 다시 찾아내야 합니다. 이리저리 장비로 책을 읽혀 바로 그 자료를 발견해 낼 때는 짜릿하기 까기 합니다.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한 도서를 미분석, 미태깅, 오류 등으로 분류합니다.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책, 태깅에 오류가 난 책, 분석할 수 없는 책을 골라내다 보면 우리 삶의 모습과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슬쩍 웃음이 납니다.
'나는 있어야 할 곳에 잘 있는 걸까?'
책을 찾다 보면 있어야 할 곳에 없어서 고생을 시키는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들을 장서점검을 통해 찾아내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너무 얇아 다른 책 사이에 먹혀버린 책도 있습니다. 이런 책은 참 찾아내기가 어렵지만 일에 익숙해지다 보면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힙니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다 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일 자체에서 찾은 기쁨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일만 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컴퓨터만 바라보기도 했는데 어쩌다 보니 옆 선생님과 말문이 트여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일의 즐거움만큼 그 공간에서 더 큰 기쁨을 줍니다. 친해지면 작은 실수를 서로 쉽게 용납해 주고 격려해 주며 너그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맞잡은 손으로 협력하면 일이 수월해지고, 업무의 효율도 좋아짐을 느낍니다.
일주일 동안 진행된 장서점검은 우리에게 자유를, 함께 일하는 기쁨을, 함께 밥 먹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연령대가 비슷한 배가 선생님들과의 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어디까지가 끝인지도 모르지만, 강물이 흘러 바다로 흘러가듯 술술 흘러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모여듭니다.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커다란 웃음소리와 수다 소리가 도서관에 울려 퍼집니다. 앞으로의 근무가 더 즐거울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