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대차

by 보라








'상호대차는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가 해당 도서관에 없을 때, 협약을 맺은 다른 도서관에 신청해 소장 자료를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서관 자료 공동 활용 서비스입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기온은 영상이니 눈이 얼어붙지는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길에 나서는 자동차들이 많으니, 도로는 미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돼서 자동차로 출근했지요. 그런데 도서관으로 가는 도로에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눈이 녹지 않고 가득 쌓여있었습니다. 오전 9시쯤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한산했습니다. 보통은 출근하는 차량들로 10시가 넘도록 길은 언제나 혼잡했거든요. 눈 덮인 도로를 달려야 했습니다. 미끄러질까 봐 겁이 나서 살금살금 기다시피 했지요. 오후에도 계속 눈이 내렸습니다. 덕분에 이용자는 평도보다 드물었고, 작은 창으로 보이는 하얀 눈은 에쁘기 그지없었습니다. 눈이 내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평소보다 이용자가 적습니다. 그렇지만 상호대차 책은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빗물에 책이 젖지 않도록,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하느라 궂은 날씨에 상호대차 차량은 언제 도착할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출근해서 차 한잔을 마시며 업무 준비를 합니다. 하루 업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상호대차 책이 도착하는 시간에 대비해 화장실도 미리 다녀오고, 다른 책들과 상호대차처리 도서과 섞이지 않게 책상 위도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그리고 시계를 주시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덜커덩 소리가 나면 모두 한 곳을 보게 되는데 그 모습이 꼭 미어캣과 같습니다. 상호대차 신청도서와 이용자가 요청한 도서를 찾으며 분주하던 도서관에 잠시 적막이 흐르면 불안해집니다. 폭풍전야와 같습니다. 이런 날은 아니나 다를까 상호대차 도서가 평소보다 한 바구니는 더 도착합니다. 타관도서를 우리 도서관에서 받기 위해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하고, 지하철과 각 도서관에 설치된 타관반납함에 반납된 책들이 바구니에 가득 담겨 도착합니다. 상호대차 책을 입수 처리하면 이용자에게 이용 알림이 전달되고, 타관에서 반납된 책을 복귀 처리와 반납 처리까지 하고 나면 하루의 일과 반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계속 찾아오는 이용자를 응대하는 것과 전화응대까지 중복적으로 진행됩니다. 저도 상호대차서비스를 애용하고 있는데요, 독서 모임에 여러 권의 책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습니다.


한 번은 출근하여 2층 자료실에 들어서며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새해 연휴를 보내고 출근한 날이었습니다. 상호대차인지, 예약 책인지 출력 표가 꽂혀 있는 여러 권이 책이 데스크 한쪽에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여러 권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수십 권의 책이었습니다. 상호대차 가방은 지퍼가 터질 지경이었지요.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근무자 선생님에게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물함에 짐을 대충 던져 넣고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두 명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배정되었지만, 책을 찾고 발송하고 또 찾고 업무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3개 정도의 커다란 바구니에 타관 반납 책과 상호대차 가방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자그마치 바구니가 5개나 되었습니다. 책의 개수를 세다가, 헷갈릴 정도였지요. 그렇게 시간은 가고 어쨌든 일하며 가장 행복한 점심시간이 다가옵니다. 혼자 먹거나, 때로는 함께 먹기도 하는 짧은 점심시간은 일하며 느낀 고충도 풀고 내고,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일도 다지 되짚어 보는 시간입니다. 각자의 살아온 삶, 도서관까지 오게 된 사연도 틈틈이 듣게 되는데 서로 다른 삶의 빛깔을 접하며 공감이 가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잠깐 동안의 여유를 부려봅니다. 사무실에 모여 누군가 냉장고에 넣어 둔 케이크를 꺼냅니다. 1월 1일 휴일에 예전에 일하던 카페에서 일일 알바를 하고 홀케이크를 선물로 받았다고 합니다. 케이크의 뚜껑을 열고 옆에 붙어 있는 두 겹 비닐 포장을 벗겨냈을 뿐인데 아래층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2차 상호대차가 도착한 것입니다. 상호대차 업무를 정리하고 나서 케이크를 먹으려고 하니 빵칼은 그대로 꽂혀 있고 무너져 내린 생크림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짧은 휴식은 달콤한 케이크보다 더 달달하네요. 책이 가득 든 가방 몇 개 옮기고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사이에 등줄기에 흐른 땀이 달콤한 케이크와 함께 식으면, 그 사이 새해를 맞이하며 싱숭생숭했던 마음도 함께 정리가 됩니다. 일에 집중하는 사이 오만가지 걱정거리를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일의 기쁨이 아닐까요.










상호대차로 보낼 도서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펼쳐보게 됩니다. 번 길을 떠날 책이 혹시 망가진 곳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인기가 있어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탄 책은 페이지가 떨어져 나간 것들, 밑줄 낙서가 있는 것, 그 외 생활 오염이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것들은 책을 받아보면서 불쾌한 기분이 들겠지요. 그래서 최대한 보수할 수 있는 부분은 고쳐서 보내고,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책은 이용자에게 제공이 어렵다고 연락을 해야 합니다. 어학책이나 시험관련된 책에는 특히 밑줄 낙서가 많습니다. 어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고도서에 조차 밑줄이 그어져 있기도 합니다. 연필은 그나마 지우개로 열심히 지우면 되지만 볼펜으로 그어진 줄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함께 보는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발견한다면 밑줄 긋지 마시고 마음에 새겨 넣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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