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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Apr 07. 2022

[책]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현실은 엉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글/사진   이원지
펴낸 곳   상상출판



딸아이가 여행 유튜브를 보는데 연예인 누군가를 닮은 듯 한 그녀는 어떻게 저렇게 꾸밈이 없을까 싶을 정도였다. 보고 있자니 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너무 편안하면서 어느새 푹 빠져들고 있었다.


'뭐가 이리 편하냐 너무 좋다. 저렇게도 찍을 수가 있구나.'


코로나로 여행 도착지에서 격리하는 게 너무 좋단다. 여행지 둘러보기는 대충, 먹는 것에는 진심이란다. 딱 내 스타일이다. 부지런히 여행지의 내밀한 부분까지 파헤치고 살펴봐야 돈 아깝지 않은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놀고먹기만 하는 자유에 죄책감을 가졌던 여행이 얼마였단 말인가. 그저 먹고 싶으면 먹고 싶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풀어놓는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며칠 뒤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는데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본 영상에 나오던 그녀의 이야기가 분명하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을 보니 바로 그녀다.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는 가난하고 팍팍한 현실에서 "그냥 끊임없이 흐르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그녀의 여행을 통한 눈물 나는 성장기이다.

"국가가 인정한 공식 흙수저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세우는 삶, 24세에 90일 동안의 아프리카 종단, 27세에는 스타트업, 30세에 미국 자취생활 그리고 매달 1회 이상 출국." 그녀의 행동력에 찬사를 보낸다.


언제나 마음의 소리를 꾹꾹 눌러 놓고 사는 나에게 어린 원지님의 행함은 놀랍고 신선하다. 저울질하지 않고 저질러 보는 행위,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이 멋지다. 한 발 내딛을 때 길이 열린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싶게 읽어 내려가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다.


마음대로 살아보겠다고 하지만 여행 준비에 있어서는 철저하다. 먼저 장기여행에 최적화된 일명 '이은미 머리'를 두 번에 걸쳐하고, 태양열 보조배터리에서 여행용 빨랫줄까지 철저하게 준비한다. 세계 3대 폭포 빅토리아 폭포 관광, 꿈의 세렝게티에서부터 NGO 여행 동행자와 후원 아동 방문, 물도 전기도 없는 우간다 산골 라이프까지.

스타트업 도전과 미국 취업, 그리고 여행 유튜버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긴 여정을 지나 온 그녀가 결국 돌아보니 '인생을 여행한 것'이라는 말이 공감이 간다.

 

세렝게티의 드넓은 초원과 우간다에서의 원지님



p118

차에서 내려 보니 소과에 속하는 누 때가 끝도 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그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믿을 수가 없었다. 수십 번 수만 번 상상해 온 그 순간에 내가 들어서 있었다. 오길 잘했다. 정말로.


p147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프로 란스와 나는 소나기 아래 발가벗고 한참을 깔깔거렸다. 세수도 사치라 여기며 살다 보니 당연한 것 하나에도 기쁨이 배가 된다. 삶이 이런 것인가 싶다. 그래 인생 뭐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P205

떠나고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기준은 오직 한국에서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상식이 비상식이 되기도, 비상식이 상식이 되기도 하는 수천수만 가지의 삶의 방식이 존재했다. 때론 '디스 이즈 아프리카!'란 말처럼 '디스 이즈 원지!'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P226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 생활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10년쯤 더 지나면 나는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때는 앞으로 뭘 할 것인가라는 고민보다 과거에 뭘 했나를 더 돌아보게 될까. 나이에 맞게 산다는 건 도대체 누가 정한 걸까. 그 기준에 맞게 살면 이런 고민들은 사라질까.

정해진 답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각자의 속도대로 살아가면 그만 아닐까.


P237

"Stay awesome." {계속 멋있어줘요.}

가끔은 누군가에게 별 이유 없이 그냥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모르는 남자가 건네고 간 그 작고 노란 포스트잇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미국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었다.


P258

이런 일들을 겪으며 조금이나마 나를 위로해주었던 것은 헛짓거리라 생각하며 벌여온 일들이 어떤 식으로든 꼭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놀랍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P265

늘 불행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볼 때 찾아온다고, 많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자 정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고 충분히 감사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원지님 "유연하지만 단단한 나만의 공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응원합니다.


삶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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