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좋은 토요일 아침, 물들어 가는 나무들 사이로 노란 건물이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준다.
공원 안에 설치된 컨테이너 건물은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위해 건축되었다. 시민들을 위한 예술 강의, 전시 등 여러 가지 활동이 진행되는 곳이다.
오픈 스쿨 안은 노란 건물 색깔처럼 활기가가득했다. 누가 봐도 진행자인듯한 사람들의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주황색 점프슈트는 소방대원처럼 보이기도 했다.
차트에 이름을 적고 보라색 손목띠를 걸어 주었다. 아마도 팀별로 다른 색의 띠를 손목에 차고 시작하는 것 같았다. 놀이동산에라도 온 것처럼 들떴다.
당장 롤로코스트 앞에 줄을 서고 싶어지는 기분이랄까. 샌드위치와 과자, 사탕, 그리고 따뜻한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1호선 전철을 중심으로 경계 사이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펼쳐 자는 취지로 기획된 놀이 활동입니다. 안양역에서 관악역, 석수역, 명학역까지 탐방하며, 놀이 활동과 전시를 통하여 시민들의 잠재의식을 깨우고, 단절된 공간을 놀이문화로 만들어 가자는 취지가 매우 좋아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첫날은 프로젝트의 시행 목적과 앞으로 우리가 걸으며 경험하고 만들어가야 할 장소를 이론으로 접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자기소개는 진진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는데 나를 소개하는 방식을 진짜와 가짜로 표현해 가짜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방식이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방식이어서 오랜만에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우리는 모두 아이가 된 것처럼 신나게 한 사람 한 사람 소개될 때마다 가짜가 무엇인지 맞춰보겠다고 머리를 굴렸다.
소개하는 사람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느껴보고 겉모습에서 풍기는 느낌을 탐색했다.
신기하게도 겉모습과 말투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그 사람의 가짜와 진짜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론 겉모습에 가려진 독특한 매력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처음 세명의 진행자의 가짜를 맞추는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는 말에 나는 열심히 탐색하며 손을 들었다. 두 명의 가짜는 맞추고 아쉽게도 한 명의 가짜를 놓쳤다. 좋았다가 실망하는 마음이 한숨으로 바로 나타났다. 그러다가 다시 다음 순서에 몰입했다. 어느덧 순간에 집중하며 순수해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철길사이탐방, 만안대교
철길 사이의 풍경
두 번째 날부터는 철길과 철길 사이 탐방을 나갔다. 물길 따라 생긴 마을, 사람을 이어주는 꽃과 나무, 이야기가 있는 길을 걸었다.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준비물은 언제나 "열린 마음"
가려진 보물찾기
탐방을 다녀와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구체적인 활동 보고서를 만들었다. 프로젝트는 팀별로 이루어졌다. 나는 연극과 연출을 하는 J의 생각이 마음에 들어 합류하기로 했다. 철길을 잊는 곳곳에 보물을 숨겨놓고 시민들이 참여해서 보물찾기 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보물을 찾으며 단절된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그곳에서 놀이를 통해 소통한다는데 의미를 두었다.
함께 모인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하나 더덧붙였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찾아가는 능행길은 창덕궁을 출발하여 노량진을 거쳐 시흥을 지나 만안교를 건너게 되는데 안양역 앞 안양 1번가에 있는 안 양참에서 잠시 쉬어갔다. 그 표석이 현재 남아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시민들과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시행 당일, 우리 팀은 안양일번가에 모였다. 이른 아침은 서늘하고 거리는 황량했다. 어느 카페의 한 구석진 자리에 먼지가 쌓인 채 가려져 있는 행궁 기념비 앞에서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였다. 가려져있던 비석이 이제 빛을 볼 시간, 탐방을 하며 조금은 주체적 시민으로 행동력을 갖게 된 나는 거리의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시민들도 하나 둘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철길'과 '사이'라는 단어를 넣어 문장을 완성하며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었다.
숨겨진 보물찾기
명학역 주변에서는 역사 곳곳에 쪽지를 숨기고 그곳을 방문한 시민들과 보물 찾기를 하며 우리 프로젝트의 취지를 알리고 함께 소통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모든 활동 전시회
다른 팀들의 철길 사이, 단절된 공간을 이용해 시민들과 함께 놀며 소통하는 모습도 인상 깊고 아름다웠다.
모든 활동 전시회
무심했던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하여 다시 보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주체적 시민으로 행동력을 갖게 됐으며 새로운 세포들이 깨어나는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