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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Sep 14. 2020

작은 점들이 모이면 새로운 하나의 결과가 만들어진다

오늘의 점들이 만든 행복한 하루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를 들었다. 매일 저녁 어두운 방에서 스탠드 하나 켜놓고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주파수를 맞춰 듣고 있자면 정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얼른 녹음 버튼을 누르기도 했고, 노래가 중간에 끊기며 광고가 나오면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볼펜에 끼워 제자리로 돌려놓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참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다가 2학년이 되면서 바로 옆반으로 배정이 되었다. 어쩌다가 친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매일 교환일기를 함께 쓰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당시 그 친구는 탤런트 '이본'님을 좋아해서 그분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 들었다. 좋아하는 친구였기에 그 친구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다.


미술시간에 배웠던 점묘화(점을 찍어 그린 그림)로 엽서를 만들었고, 친구가 '이본'님을 무척 좋아하니 생일을 축하해주시면 친구가 정말 기뻐할 것이라고 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내가 보낸 엽서가 당첨되어 친구에게 꽃바구니와 케이크가 보내졌고, 친구는 '이본'님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게 된 것이다. 다시없을 좋은 선물이 된 것 같아 무척 기뻤고, 솜씨 없는 엽서를 뽑아준 관계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 앞으로 나에게 일어날 일들은 작은 일들에서 시작된다. 그 작은 일들이 연결되고 또 연결이 되면서 하나의 결과를 만들고, 그 결과에 또 작은 일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면 나의 행동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게 된다. 먹고 마시는 것,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나의 입에서 나가는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된다.

오늘 3년 전 개인회생 신청을 해드린 의뢰인께 연락을 드렸다. 일할 때 도움을 주신 분들은 늘 마음속에 자리를 만들어 드리고 있기에 가끔 생각이 난다. 배우자 분과 함께 회생을 한 분이라 배우자 분과도 잘 아는 사이여서 이런저런 안부를 물었다. 전화를 주어 고맙다고 하시며 안 그래도 한 번씩 내 이야기를 하신다고 하셨다. 나를 기억해주시는 것에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내가 신청해드린 개인회생을 꾸준히 잘 유지해 곧 면책을 앞두고 계시다는 것도 감사했다.

내 이야기 한마디 그리고 그분들의 마음이 모여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점묘화로 생일을 축하해주었던 친구 생각이 나기도 했고, 오랜만에 통화한 의뢰인들께서 회생을 잘 유지하시는 데다 반갑게 전화를 받아주셔서 감사한 오늘. 나의 기쁜 마음이 아이에게도 전해졌는지 짜증 한번 없이 해야 할 일들을 잘해주었다. 작은 점들이 연결되었다. 그리고 행복한 하루라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 아이와 점을 이어 땅따먹기 놀이를 했다. 아이와 내가 찍고 이은 점들의 우리만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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