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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Sep 08. 2020

상대방에게는 어떤 것을 주어야 할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할 이유

사랑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알고 헤아리는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 주는 것이다.

<배려의 말들> 중에서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일요일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녁이라 어두운데 비가 쏟아지자 더 평소보다 더 어두운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가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나 신나게 놀길래 여태 들어올 생각이 없는지 궁금하고 걱정되어 우선 저녁 준비를 해놓고 아이를 찾으러 나갈 셈이었다.


그러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나를 급히 찾았다. "엄마!! 밑에 아기 고양이가 있는데 엄마가 밥만 좀 주면 안 돼?" 이 비에 아기 고양이라니.. 일단 알겠다고 하고 얼른 밥과 간식을 챙겨 내려갔다. 아기 고양이기는 하지만 작지는 않았고, 5개월 정도? 되어 보이는 고양이였다.


여느 길고양이와 다르게 손길을 피하지도 않았으며, 엉덩이를 몇 번 팡팡 때려주니 좋다고 길바닥에 드러누웠다. 사람 좋아하는 모양이나 여러 가지를 봐서는 길에서만 생활하던 아이는 아닌 것 같았다. 예뻐해 달라고 애교 부리는 녀석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집에 가서 아이 저녁을 챙겨 먹이고 재워야 다음 날 학교를 보내고 나도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한테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고, 비가 오는데도 비를 피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걱정도 되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었다. 이미 고양이를 키우다가 실패한 적이 있고, 입양을 보내면서 그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었기에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아이와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어제저녁은 전날보다 빗방울도 거세지고 바람도 더 세차게 불었다. 퇴근하는 길에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노란 우산을 받쳐 들고 또 그 고양이와 함께 있었다. 왜 나와있느냐고 물으니 고양이와 놀고 있었다고 한다. 그 고양이는 또 비를 흠뻑 맞으며 바닥에 고인 빗물을 마시고 있었다. 사람이 좋다며 비가 흥건한 바닥에 누워 뒹굴었다. 마음이 동했다. 어째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내가 데리고 왔을 때 우리 집의 풍경, 고양이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을 때의 원하는 것, 그리고 그렇지 않았을 때의 우리들의 상황들. 워킹맘인 나는 아침해가 뜨면 출근하고 해가 져야 집으로 돌아온다. 나의 스케줄에 맞춰 아이도 학교를 갔다가 오후에 돌아와 학원을 간다. 그러면 고양이는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한다. 키우던 집이 아니라 고양이 용품도 하나도 없다. 만일 데려다 키운다면 그 고양이는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대신 본래 생활해오던 많은 자유로움을 포기해야 한다. 비와 바람을 피하게 해 주면 잘 지낼 거라는 생각은 내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었다.


고양이를 그냥 두고 올라와서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다. 그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다. 계속 마음이 쓰였고, 잘 지내는지 걱정이 될 것이고, 밥은 먹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안 보이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자책할지도 모른다.






가끔 아이가 나에게 작은 편지를 적어준다.  그 예쁜 마음은 항상 고맙게 받는다. 하지만 어쩌다 내가 잔소리를 하면 아이는 이야기한다. "나는 엄마한테 편지도 써줬는데." 예쁜 마음을 적은 편지는 당연히 고맙다. 하지만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아이가 올바른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주는 것이지 편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늘 내 입장에서 상대방을 생각한다. 상대방이 좋아할 것이라며 준비하는 선물,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해주는 조언들. 하지만 상대방은 진짜 그것들을 원할까? 다른 선물을 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선물보다는 편지를 원할 수도 있고, 그런 것들보다는 함께 있어주는 것을 원할 수 있다. 조언을 해주는 것보다 격려를 원할 수도 있고,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할 수도 있다.


이솝우화 속에서 여우는 두루미를 초대하여 넓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 대접한다. 한 번이라도 상대방 입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긴 병에 음식을 담아 대접했을 것이다. 내가 주고 싶은 것보다 상대방이 받고 싶은 것을 준다면 상대방은 더 기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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