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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Sep 02. 2020

밤의 감성이 어울리는 사람

남의 꿈이 아닌 나의 꿈을 찾아서 떠나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면
남들의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자기 기준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남의 기준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욕망들은
대체로 비싸거나 경쟁률이 높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중에서
    




지난 해 봄, 나는 많은 것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니던 회사는 건강이 좋지 않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직원 한명이 퇴사를 하면서 그 직원이 맡았던 사건은 모두 나에게 배당되었고, 신규 사건을 예전처럼 배당받으면서 내용을 모르는 사건까지 처리해야 했기에 스트레스가 컸다.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하고 잠시 쉬기로 했다. 쉬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려고 했다. 

우선 처음으로 고액의 강의를 들었다. 4주 과정이었으며 퍼스널브랜딩부터 출간계약까지의 커리큘럼으로 되어 있었기에 고액을 지불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론은 같은 기수 분들 중에는 그 강의 과정으로 책을 출간한 사람은 없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퍼스널브랜딩에 성공했다. 하지만 나는 출간도, 브랜딩도 되지 않았다.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큰 좌절감을 느꼈다. 

다들 잘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부러웠다. 일찍 강의를 시작한 분도 계셨고, 브런치 글이 인기를 끈 분도 계셨다. 이후 여러가지 활동들을 하며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낮은 자존감은 더 낮아졌다. 한동안은 키우던 블로그도 방치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힘내보자고 강의를 듣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 했던 것 중 하나가 '오백성' 이라는 블로그 프로젝트였다. '오늘부터 백만장자 성공 습관'이라는 프로젝트로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의 습관을 한달동안 따라하며 나의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새벽기상, 추천도서 읽고 서평남기기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결국 나는 그것들을 거의 해내지 못했다. 특히 새벽기상. 그것은 지금도 하기 힘들다. 체력문제인지 의지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독서법 강의, 책쓰기 저자 특강, 마인드맵 그리기 강의 등 나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뭔가 이루고 싶어서 부지런히 다녔다. 하지만 핑계만 대고 노력하지 않은 탓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었다. 

이제와 느낀 것은 그때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을 잘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좋아보였다. 그 사람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것이 무엇이냐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꿈이 나의 꿈이 되었다. 

일본어 학원을 다닐 때도, 수영을 다닐 때도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수업을 듣고, 수영을 하고 출근을 했으며 퇴근 후 자격증 공부를 하기 위해 공부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새벽기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건 벌써 십년도 더 지난 일이었는데, 그때는 출산하기 전이었는데. 그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아침의 부지런함보다 밤의 감성이 더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실용서를 읽으며 성공을 쫓기보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 속 주인공을 쫒는 것이 더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보니 내 자신을 너무 힘들게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의 꿈, 나의 욕망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과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은 나의 마음을 치열한 실용서 속에 가두지 않기로 했다. '상실의 시대' 속에서 봄날의 곰과 풀밭을 뒹굴고, '연금술사'속에서  산티아고와 함께 모험을 떠나고, '데미안'속에서 싱클레어와 함께 데미안을 만나기로 했다.


몇 번을 다른 길로 돌아갔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일정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힘든 시기마다, 하려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되뇌이는 문장이다. 비록 그동안 남의 꿈을 나의 꿈이라 착각하며 힘겨운 싸움을 해왔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나는 내가 가야할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반드시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길가에 핀 향기로운 꽃과 하늘에 뜬 양떼구름을 구경하며 천천히 산책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앞으로 또다시 다른 길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남들의 꿈이 아닌 나의 꿈을 꾸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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