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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Mar 23. 2021

거짓말을 지키는 아이

“엄마~ 다음에는 내가 김밥 썰어볼래.”

“칼이 커서 위험하지 않을까?”

“할 수 있어. 해 볼래~”

“그래, 조심히 할 수 있으면 진우가 해봐도 괜찮아.”     


얼마 전 언니가 집에 왔었다. 언니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나는 지금 직장으로 옮기면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스케줄이 맞으면 평일 낮에도 한 번씩 서로의 집을 방문한다. 새로 생긴 식구가 궁금하던 언니는 급히 우리 집에 오겠다고 했다. 언니는 새 식구인 강아지를 볼 틈도 없이 바쁘게 일했다. 마침내 저녁시간이 되었고 마땅히 대접할 음식이 없어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아이가 태권도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에 맞춰 만들었고, 셋 다 배부르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그 일이 있던 주 토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는 가방을 둘러메고 독서논술학원을 향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대뜸 다음에 김밥을 만들 때는 자신이 김밥을 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평소 요리에 관심 있던 아이라 해보고 싶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이가 한 그 말을 금세 잊어버렸다.      


다음 독서논술 준비를 위해 가방을 챙기던 중 아이가 적은 일기를 보게 되었다. 이모가 와서 김밥을 먹었고, 자신이 김밥을 썰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아이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나무라지 않았고 그 내용을 못 본 척 행동했다. 그동안 아이는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막아왔던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에 아는 척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까지는 마냥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우리 집도 딱히 해 먹을 음식이 없을 때 집에 있는 재료로 김밥을 만들어 먹는다. 어제가 그 날이었다.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었던 진미채 볶음에 손도 대지 않아 그것을 재료로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아이가 보조가 되어 재료를 함께 준비했고 드디어 김밥이 완성되었다. 이제 김밥을 예쁘게 썰어 담아야 한다. 아이가 말했다.      


“내가 할래.”

“그래. 하다가 못하겠으면 엄마한테 말해. 대신 칼은 위험하니까 꼭 손 조심하고.”     


아이는 두세 번 칼질을 하더니 너무 두껍게 썰린다며 이제 엄마가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두려움을 이기고 김밥을 썰어본 아이를 칭찬해주고 나머지를 모두 썰어 접시에 예쁘게 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이는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으스대고 싶은 마음이 그 마음을 이겼고, 일기장에는 하지 않은 행동을 적게 된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거짓말이 아닌 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의 순수하고 예쁜 마음에 어른인 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예쁜 내 아이의 마음을 눈에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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