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글밥 늘리기 프로젝트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잘 읽었으면 하는 마음은 모든 엄마의 바람일 테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잠자리 독서' '책 읽어주기' '독서습관' 등등 책 읽기에 관한 여러 가지 키워드를 찾아가며 책 읽기만큼은 공을 들여왔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같이 감동해서 울고, 결국 엄마도 그림책에 빠져 독서지도사 교육도 들어보고,
이제는 엄마도 독서에 심취해 지금까지 행복한 독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기르며 엄마 스스로도 성장하는 진정한 육아(育我)의 이득을 본 셈이지요.
매일 포기하지 않고 독서 루틴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놓지 않았던 건 아이가 일평생 살아가면서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 키우고 싶은 바람이 때문이었습니다. 성인이 되어보니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삶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이 말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고 헤아린다는 송나라의 학자 구양수의 학문에 대한 명언이지요.
저도 이만큼 아이를 기르며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보니 결국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많이 읽어야 글로 써서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고 깊이 생각해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SF 소설 작가 김초엽씨의 [책과 우연들]이라는 에세이에도 '읽다 보니 쓰고 싶어 졌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독자가 멋진 작가로 탄생하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이와 책 읽기에 공을 들여오고 있지만 조금씩 학년이 높아지면 글쓰기에도 함께 공을 들여보려고 아이와 작은 루틴들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프로젝트가 여물어가면 나눠볼게요.
우리 아이 책 읽기!
저희 아이를 독자로 키워가는 과정들을 나눠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은 저희 아이 기준입니다.
책 읽기가 아니어도 저는 항상 '우리 아이가 정답이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아이를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집 상황과 비교할 것도 없고, 그저 아이가 좋아하고 반응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집 만의 노하우가 쌓이는 것이니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해요.
1. 그림책 읽어주기_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아이가 태어나면서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지만 아이가 조금씩 크면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던 중에 읽었던 책이 있었어요.
이 책에서는 책을 읽어주는 것의 장점과 방법 등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기에 1982년에 출간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책으로서는 고전처럼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읽어주기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1) 책 읽는 것을 즐기게 된다.
2) 배경 지식을 늘려준다.
3) 어휘를 늘려 준다.
4) 독서의 모범을 보여 준다.
아이가 한글을 깨치게 되면 읽어주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아이의 독서에 대한 흥미도 줄어들게 되는 경우도 많지요. 이 책에서는 중학교 2학년까지는 꼭 책이 아니어도 신문 기사, 책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는 것 등 아이에게 읽어주기를 놓지 말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읽는 수준보다 듣는 수준이 훨씬 빠르게 발달한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가 6살이라고 해서 6살 수준의 내용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8살, 10살 등의 수준의 내용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혼자서 읽었을 때는 이해하기 어렵더라고 읽어주는 것을 듣는다면 더 높은 수준의 내용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듣기 수준과 읽기 수준이 일치하는 시기가 중학교 2학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아이가 혼자 읽을 줄 알아도 이 시기까지는 책을 계속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추천합니다.
저도 지금까지 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즐거움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두 아이 모두 아주 어릴 적부터 엄마 무릎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엄마가 다른 일로 바빠도 혼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읽어주었던 그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리면서요.
아침에 출근하려 하면 전날 읽었던 책을 들고 와 읽어달라고 조르던 둘째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지각할까 봐 미쳐 읽어주지 못하고 아빠에게 바통을 넘기고 가던 날도 있고, 딱 한 권만 읽기로 약속하고 읽어주고 달려갔던 순간도 있습니다. 돌아보면 너무 고마웠던 순간들이네요.
2. 한글 떼기_7살 초반
첫째 아이에게 6살까지는 크게 한글 떼기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한글을 일찍 떼면 장점도 많지만 문자를 해독하기 시작하며 그림책의 그림을 보며 느끼는 감동과 엄마가 읽어주는 내용들을 상상하며 커가는 상상력과 그것으로 아이만의 창의력이 커지는 과정들이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육아서의 내용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도 영어자막 켜고 미드를 보면 글자를 읽느라 영상을 못 보고 놓치기도 하잖아요. 글자를 읽는 동안 우리 아이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담겨있는 예쁜 그림과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도록 최대한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7살 초반, 그러니까 1월부터 [한글이 야호]라는 EBS 콘텐츠와 같이 연계되어 발행된 교재를 이용해서 한글을 뗐습니다. 영상 1편과 교재 한 챕터를 하다 보니 두 달안에 한글을 다 떼고 혼자서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스스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기본 소양이 갖춰지는 순간입니다!
그러자 아이는 신이 나서 집에 있는 책들을 혼자 묵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도 엄마랑 읽었던 책들이 읽히고 '이 내용이 그런 말이었구나~'하며 깨닫는 순간들이 오니 어느 때보다 책에 빠져가던 순간이었네요. 그러면서 그림책보다는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 학습만화들을 몇 권 사줬는데요. 그 길로 아이가 푹 빠지더군요.
조용하다 싶으면 저 책들을 들고 소파에 앉아서 보고 있던 7살 꼬마.
이 시기에 푹 빠져 읽었던 만화책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가나출판사),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아이휴먼) 그리고 황석영의 만화 삼국지(문학동네)였습니다.
아이의 질문은 언제나 책에 나온 주인공들이었지요.
"엄마! 엄마는 12 신들 중에서 누가 제일 좋아요?"
"엄마!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어땠길래 오디세우스 조차 몸부림을 쳤을까요?"
"엄마! 엄마는 유비, 관우, 장비 중에서 누가 멋진 것 같아요?"
"엄마! 엄마는 여자니까 초선 할래요?"
이런 말들이 한참 학습만화에 빠져있던 아이의 질문들이었습니다.
덕분에 엄마도 신들 이름을 아는 것은 물론 책도 빌려보고, 삼국지도 끝까지 보면서 영웅들의 정치적인 전략들을 알아갈 수 있었네요.
아이의 독서는 어린이집에서도 이어져 7살 졸업식에는 독서상을 받기도 했답니다.
3. 다양한 책을 제공해주기_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끊임없이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책을 사는데 만큼은 크게 아끼지 않았습니다.
예산 범위는 있지만 언제나 다른 항목보다 마음속의 1순위였지요.
전집, 단행본 가리지 않고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주제가 있으면 개똥이네를 이용해서 중고로 구입하기도 하고, 큰 맘먹고 새 전집을 사주기도 했습니다. 둘을 키우니 첫째가 안 보면 둘째가 보겠지 하는 마음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전집이라면 '저 중에서 10프로만 보아도 된다.'
'집에 어딘가 있다 보면 왔다 갔다 하다 눈에 띄는 날이 있겠지'
'시기 지나면 다시 팔면 되지 뭐'
이렇게 쿨하게 바라보며 책을 들여오다 보니 집에는 더 이상 책장에는 책을 놓을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도 책이 쌓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잔소리 안 하고 아이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신랑을 칭찬해야겠네요!
그리고 책 대여 서비스도 이용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책들을 큐레이팅 해주는 어린이책 대여점에서 책이 오면 그날은 박스를 열어 아이들이 반가운 책 손님을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좋아하는 책이 골고루 담겨있는 책 박스에서 책을 꺼내며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나네요. 약 2년 가까이 이용하고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책을 한 달 넘게 골고루 읽어보고 다시 보내며 다음번에는 어떤 책이 올까 기대하던 그 시절은 엄마도 아이들도 즐거웠던 추억이 남아있습니다.
4. 글밥 늘리기 1단계: 엄마랑 읽기!_8살
그림책을 잘 읽는 것만 봐도 엄마들은 뿌듯한데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면 '우리 아이 언제 글밥 좀 많은 줄글 책으로 넘어갈까?' 하는 것이 엄마들이 마음입니다.
'그냥 두면 학습만화에만 빠져있지는 않을까?' 조급해하며 줄글 책을 디밀어 보았던 시절이 있었네요.
그렇게 8살 무렵 시작한 책이 [사계절 웃는 코끼리] 시리즈였습니다.
처음 책을 추천받으면 아이들이 "어머님! 책이 정말 재밌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하지 않습니다.
저희 아이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낮이나 자기 전에 시간이 나면 챕터 하나씩 읽어주며 조금씩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은요. 엄마랑 읽었던 책들은 다 보지 않아도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생각나면 혼자서 그 추억을 떠올리며 읽는 순간이 다가와요.
그래서 저는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책에 좋은 감정이나 추억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5. 글밥 늘리기 2단계: 리딩 로그 기록하기_8살부터 9살 현재까지!
어느 정도 줄글 책 읽기가 익숙해지려면 기록하는 과정이 더해지는 게 좋습니다.
저는 그림책에는 보상을 주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줄글 책을 읽는 노력을 했다면 기꺼이 보상을 주었습니다.
"줄글 책 1권 다 읽으면 용돈 주기!"
8살에는 그게 더 힘들기에 한 권을 완독 할 때마다 천 원씩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용돈 모으는 재미에 줄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금액이 천 원이다 보니 금방 만원 단위로 채워져서 엄마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9살에는 아이와 협상을 했습니다.
"이제 책 읽는 수준과 속도를 보니 더 이상 8살이 아니네. 네 실력이 늘어난 만큼 엄마는 이제 천원이 아니어도 네가 잘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서 한 권마다 오백 원으로 가격을 좀 낮추고 싶어"라는 말이었죠.
아이는 싫다고 했죠. 갑자기 반값이라니... 하지만 안 받는 것보다 나으니.... 수긍하더군요!
그렇게 노트에 읽을 때마다 아이가 읽은 책 제목을 적고 그 옆에 금액을 500원씩 적어서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만원이 쌓이든 이 만원이 쌓이든 아이가 원할 때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사주었습니다.
그러다가 노션(Notion)을 아이와 함께 사용하면서는 노트에 직접 쓰는 게 아닌 노션에 스스로 기록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누적 용돈 항목에 500원을 입력하면 최종 누적금액이 보이게 했지요.
그림책은 용돈이 없지만 무슨 책이든 읽었다면 기록하기로 했고요. 줄글 책을 읽었을 때는 오백 원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만큼 읽었는지는 완독 했으면 완독, 아니면 챕터별로 챕터 1장, 챕터 2장 이런 식으로 읽은 분량을 선택해서 보이게 했습니다.
지난여름 방학 동안 그림책도 많이 읽고 줄글 책도 제법 읽어가며 용돈을 많이 모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노션 페이지를 출력해서 여름방학 동안 읽었던 독서목록으로 제출하기도 했답니다.
드디어 10월의 어느 날, 아이는 그동안 24000원이 모였으니 줄글 책 1권과 만화책 1권을 사고 싶다고 용돈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서점에 갔습니다. 아이는 신나서 이 책 저 책 구경하며 심혈을 기울인 끝에 책 2권을 골라왔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사주며 너무 잘했다고 칭찬해주었습니다.
줄글 책도 익숙해지다 보니 읽고도 적지 않고 지나가는 날도 더러 있습니다.
힘들지만 책 읽는 것이 즐겁고 익숙해진다면 아이도 크게 개념치 않는 것 같으니 조금씩 용돈도 없어지는 날이 오겠지요.
여름방학부터 노션에 기록한 리딩 로그 덕분인지 그림책에서 줄글 책으로 많이 넘어온 것을 느꼈습니다.
자기 전에 침대에 기대어 미간을 찌푸리며 책을 읽는 아이를 보며, 아침에 학교에서 하는 독서시간에 읽을 책을 선별해서 가져가는 걸 보며 어느덧 아이는 엄마가 기대하던 독자의 모습으로 자라 주는 것 같아 고마울 뿐입니다.
자기 전 첫째는 혼자서 책을 읽다가도 엄마가 동생에게 책 읽어주는 소리를 같이 듣고는 합니다.
읽어 보지 못했던 책을 읽어주면 같이 옆에서 어깨에 기대어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듣습니다.
둘째가 잠들면 이제 저의 잠자리 독서 시간이 시작됩니다.
제가 책을 펼쳐 와닿는 구절에 줄을 치며 책을 읽다 보면 옆에서도 첫째가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이제 자자!"
"그래~ 이제 자자"
조용히 불을 끄고 자면 첫째 아이 베개 옆에, 엄마의 베개 옆에, 둘째 아이 발아래 쌓여있는 책들과 함께 잠이 듭니다.
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밤 그리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침실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