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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라오스 3

걸으면서 더 느끼고 싶은 나라

by lee나무

여행은 자고로 걸으면서 보고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행자는 '걷는 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차를 타면 편하고 빠르긴 하지만 그만큼 놓치는 것이 많다. 가족 단체여행이라 패키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라오스라는 나라와 사람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인 것은 간간히 주어지는 자유시간에 시장을 둘러보고 마을을 거닐 수 있었다는 점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정말 이 흙먼지 날리는 거리를 천천히 걷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가페에서 진한 라오스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죽이고 싶기도 했다. '이곳이 아니면 또 이 시간이 아니면 언제'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니 속으로만 생각한다. 떠나와서 그때 그 카페에서 외국인 커플이 우리가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올 때까지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시간을 죽이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보는 거다. 매번 떠나온 뒤에 그 순간 그러지 못한 것을 조금 후회하면서 다음번에는 그럴 수 있기를 생각한다.


아침에 여유시간이 생겨서 주변 마을을 걸었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유니크한 카페와 풀인지 나무인지 모를 재료로 만든 가로등이 라오스와 닮았다.
강변을 따라 리조트와 간이 찻집 같은 것들이 보인다


"어느 나라에 가든 야시장, 새벽시장을 가잖아요. 왜 시장에 갈까요?"

"사원을 통해 라오스의 과거를 본다면 시장을 통해서 라오스의 현재를 만나는 겁니다."


맞다. 시장은 라오스 사람들의 오늘이다. 새벽시장에는 과일, 고기, 생선, 채소, 주전부리 등등 소박한 활기가 넘친다. 해가 뜨기 전인데도 어디서 모여든 상인들인지 새벽시장이 서고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야시장도 마찬가지다.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 쌀국수는 정말 맛있다. 국물맛이 깊고 깔끔하며 라오스만의 허브를 넣어 향도 상큼하다. 게다가 가격은 우리 돈으로 이천 원 정도이니 얼마나 저렴한지. 맛이 궁금한 주전부리들이 많은데 내 배가 작고 다 맛볼 수 없으니 아쉬웠다.




밥떡을 구워서 판다. 새벽시장에서 맛본 쌀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나는 아시아 나라들을 사랑한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유기농인 데다 저렴해서 실컷 먹을 수 있다. 사람들도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지만 해맑다.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초연함이 있다. 물가가 비싼 유럽 보다 마음도 편안하고 먹거리가 풍부하니 기분도 넉넉해진다. 바쁘지 않아서 좋고 잘난척 하지 않아서 좋다. 자연도 건물도 사람도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좋다. 여행자들도 힘을 빼고,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고 그냥 그냥 그 속으로 젖으들면 그만이다.

이것도 여행자의 욕심이려나. 아주 사적인 감상이려나.





라오스는 최빈국 중 하나이다. 베트남전쟁때 미군은 베트남군의 이동로를 차단하기 위해 라오스 안남산맥을 따라 58만회 이상 폭격을 퍼부었고, 투하된 폭탄 중 일부는 아직도 폭발하지 않은채 묻혀 있어서 현재도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지뢰를 밟아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전쟁으로 많은 남성들이 죽었고 아직도 그 아픔 속에 있으며, 라오스 인구가 매우 적은 것도 전쟁의 상흔 중 하나라고 한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라오스에 폭격을 투하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문서로 남겨놓지도 않아서 이 전쟁을 더러운 전쟁, 비밀 전쟁이라고 부른다.


라오스는 지원국가이다. 지금은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다.


"이 열차가 중국 운남성까지 갑니다."


최근에 라오스와 중국 운남성을 잇는 고속철도를 중국 자본으로 건설되었다. 이 고속철도사업은 시진핑의 핵심전략인 '일대일로'(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라는 의미) 사업으로 중국 중심의 판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거대한 중국 자본의 모습과 꼭 닮은 고속열차와 기차역을 보면서 라오스의 미래가 중국의 작은집 모양새가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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