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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by lee나무

"피부 진짜 좋네요."

"도자기 피부를 가졌네요."


옛날말이다.


피부를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이 일에 파묻혀 7년을 보내고, 그 사무실을 떠나 올즈음, 눈 밑 볼에는 거뭇거뭇 잡티가 깔렸다. 마음속으로 '나이가 들면 다 그렇지' 하면서 모른 척했지만 밝은 곳에서 내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 싫었다. '레이즈 치료를 받아 볼까?' , ' 효과가 있을까?', '꾸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괜히 돈낭비, 시간낭비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고작 인터넷에 떠도는 미백앰플을 사서 바르는 것으로 최소한은 하고 있다고 위로하면서.


"드디어 고혼진 결재했어요. 나를 위해 선물했어요."


그녀는 피부와 몸 관리에 부지런하다. 퇴근 후에는 줌바댄스도 하고 매일매일 직접 만든 팩으로 예쁘게 나이 들기 위해 피부 관리도 열심이다.


"고혼진 덕분인가? 자기 요즘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아?"

"아, 그래요? 하하하."

"1주일에 5번은 팩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슨 팩?"

"저는 직접 만들어서 해요."

"우와. 정말? 팩을 직접 만들어서 한다고? 어떻게 만들어?"

"미강, 녹차, 녹두, 커리 등 가루를 사서 유리병에나 1주일 분량만큼 들어서 담아요. 그리고 사용할 때마다 1회용 분에다 들깨가루와 사양꿀, 요커트를 넣어 잘 섞어요. 세안 후에 붓으로 얼굴에 펴 바르고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온수로 헹구면 돼요. 세안 후에 거울 보면 피부가 뽀얗다는 느낌이 확 들어요."


'이왕 나이 드는 거 예쁘게 나이 들면 좋지.'

'100세 시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적지 않은데 나도 슬슬 피부가 좋아하는 일을 해볼까.'

'조금만 부지런하면 될 일이다. 더 나빠지기 전에 피부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케어도 중요하잖아.'

'이런 몸놀림이 소소한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지.'

'노안도 생기고, 책 보는 시간도 점점 적어지고, 그 시간들을 몸의 소리, 피부의 소리에 민감해져 보는 거지.' 생각한다.


"짠, 선물이에요."

"어머나, 세상에. 고마워!!!"


이런 생각으로 며칠째 자연드림에서 마스크팩을 사서 부지런히 붙이고 있던 나에게(아직 직접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아서 주저하고 있는데) 그녀가 선물이라며 팩재료를 조금씩 병에다 담아 아침에 불쑥 내민다.


'그렇다면 오늘밤부터 실천해 보자.'

'나이들어도 건강하고 예쁜 피부' ,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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