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텃밭을 가꾸며

정성을 들이는 곳이 마음 쉴 곳이 되는 것을 봅니다.

by lee나무

아기들도 그렇잖아요. 보고 나도 또 보고 싶고, 눈에 아른아른거리고.

보살피고 돌보는데 무한한, 가끔 초월적인 힘이 요구되는 데도 떠올리면 웃음이 절로 나잖아요.


반려동물도 그렇잖아요. 키우기 번거로운 점도 많지만 너무 이쁘잖아요.

눈망울이 말똥말똥, 콧방울이 촉촉, 털을 쓰다듬는 손이 강아지 몸에 닿으면 그 촉감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근심 걱정이 싹 사라지는 것 같잖아요.


식물들도 그렇지요. 새잎이 나고 꽃대를 올리고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을 지나고 시간을 사는 식물의 삶을 가만 바라보는 것이 그렇게 위안이 될 수 없잖아요.


농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농사를 짓긴 했지만 나의 일이 아니었으니 나는 구경꾼이었나 봅니다. 직접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고 매일 물을 주며 야채들이 자라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주말에도 이 아이들이 잘 있는지 궁금합니다. 출장이라도 다녀온 날은 출근하자마자 가방을 놓기 바쁘게 먼저 텃밭으로 나갑니다. 야채들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얼마나 자랐나? 다른 애들보다 성장이 부진한 아이들을 볼 때면 뭐가 부족하지? 생각하게 됩니다. 일단 얼굴 도장을 찍고 와야 안심이 됩니다.


농사가 본업이 아니라 낭만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고난을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농사에 대한 로망은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 직접 내 손으로, 조그맣게 지어보니 부모님께서 농작물을 돌보던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새벽에, 이슬 내린 어스름에 들로 나가 농작물과 눈 맞춤을 했나 봅니다. 아버지의 정성이 닿은 그곳이 아버지의 마음 쉴 곳이 아니었나 싶어요.


정성을 들이는 곳에 마음이 닿아 있습니다.

무엇이든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는 그곳이, 마음의 쉴 곳이 되는 것을 봅니다.


오늘은 열무를 쏚았습니다. 깻잎도 키가 잘 자라게 아랫잎을 땄습니다. 쑥갓도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꺾어주었습니다. 교무부장에게 야채 선물을 주면 좋아하겠지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 함께 키워요***(예비 초등 교장이 학부모님께 아침 편지를 보냅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며 참 보기 좋은 것은 '아이들이 무언가에 열중해서 활동하는 모습'입니다. 햇볕이 뜨거운 날 쨍쨍 내려쬐는 태양에도 아랑곳없이 땀흘리며 공차는 모습, 급식 잔반 줄이기 캠페인을 위해 준비하고 실천하는 모습, 등굣길 버스킹을 기획하고 각자의 꿈과 끼를 펼치는 모습 등 집중하여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이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씨름대회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전에 씨름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선수는 씨름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로 꾸렸습니다. 그 중에는 몸집이 뚱뚱해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교실에서는 칭찬을 받은 적이 거의 없는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가 씨름 대회에서 그 체급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던 그 아이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씨름을 통해 자존감이 커졌다고 합니다. 성공경험이 부족했던 아이에게 씨름을 통한 성공경험은 특별했습니다. 진심을 다했고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니까요.
아이들은 저마다 잘할 수 있는 것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부모님, 아이가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그곳'에 함께 관심을 가져 주세요. 그 씨앗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빛깔을 찾아가고 자신만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는 자세가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