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효과는 짧은 기간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당장 그 효과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그만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교육청에서 원어민영어보조교사 업무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원어민 한 명에 약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가량의 예산이 드는데 이 사업의 효과성을 물으며 사업 폐지를 요구하는 도의원들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업무 담당 장학사님을 만났는데 지자체마다 원어민영어보조교사 사업 예산 폐지를 예고한다며 골머리가 아프다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사람마다 가치를 두는 곳이 다르고 정해진 예산을 어디에 투여할 것인가 하는 것도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습니다. 교과를 통해 배우는 것보다 잠재적 교육과정이 아이들 기억 속에 더욱 또렷하고 오랫동안 머물며, 그것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언제 어디서 불쑥 튀어나와 아이의 길을 열어줄지 모릅니다.
영어업무를 담당하면서 학교의 영어수업을 종종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초등 선생님들은 영어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총체적 상징 같은 것입니다. 원어민 선생님은 단순히 영어라는 언어를 가르치는 한 명의 교사를 너머 영어권 나라와 문화를 체험하게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원어민 선생님을 통해서 바다 건너 먼 나라를 상상하고 어쩌면 누군가는 세계를 향하는 꿈의 씨앗을 키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국에서 온 린지선생님은 본국에 돌아가서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거라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에 머문 지가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하는 영어수업은 참 활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원어민 선생님들은 표정이 풍부하고 몸짓을 많이 쓰며 아이들에게 칭찬을 잘합니다. GREAT, AMAZING, YOU DID GOOD JOB 이런 말들을 표정과 몸짓까지 썩어가며 충분히 칭찬합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재미있게 느끼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딱 좋은 교육적 인자를 갖추고 있다고 할까요. (안타까운 것은 초등 3학년 때는 모두가 영어에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공부하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에 의한 격차가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교과가 영어라는 것입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아이들은 그 거울을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교과의 특성을 살린 공부가 공교육에서 더 활기차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교육 안이 아니면 교육에 소외된 아이들은 어디에서 이러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을까요. 예산이 없다구요. 돈은 많습니다. 어디에 쓰는가의 문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