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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Jun 16. 2023

여자가 보아도 사랑스러운 여인이 있는 그림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림에는 기쁨이 가득하고 생기가 있어야 해

르누아르, '여인'을 주제로 한 인물화인데 정확한 제목을 모르겠습니다.


소곤소곤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자매일까요? 친구일까요? 나의 생각에는 동생이 언니에게 무언 가 비밀스러운 이야기, 예를 들면 '그 청년이 언니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아.'와 같은 소식을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하얀 리본 달린 블라우스를 입은 언니처럼 보이는 여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지고 내려다보는 은은한 눈빛, 오른쪽 빰에 스치듯 닿은 하얀 손과 그 팔을 감싸 안은 외쪽 손에서 기분 좋은 설렘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차분하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언니는 동생에게만 자신의 마음을 내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이 꿈처럼 다가온다면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르누아르>가 그린 여인들을 주제로 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여인들을 정말로 사랑스럽게 그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여성이 가진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표현기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빛의 흐름과 느낌, 구분하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하는 선과 윤곽, 밝고 고상한 색감, 과감한 듯하면서도 절제된 붓터치 등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극도에 이르게 합니다. 같은 여자가 바라보아도 그 아름다움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같은 대상을 두고서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가치관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그림의 매력입니다.


르누아르는 1차 세계대전 기간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화가이기도 합니다. 큰아들과 작은 아들 모두 전쟁에 참여했서 팔과 다리 부상을 입었습니다. 참혹한 전쟁의 상흔이 가득한데 어떻게 예쁘고 밝은 그림들을 그릴 수 있느냐는 비평도 많이 들었습니다. 글쎄요. 아마도 힘든 때임을 알기에, 사랑하는 아들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그들의 무사를 기도하며 기다림의 세월을 견뎌야 하기에 더욱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에는 기쁨이 가득하고 생기가 있어야 해. 인생이 우울한데 그림이라도 밝아야지'라고 했던 르누아르의 말이 그의 그림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나의 경우도 르누아르와 다르지 않습니다. 부정적 감정에 몰두하기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와 긍정을 찾아 그 너머를 희망하고 싶으니까요.



르누아르, <책 읽는 여인>, 출처 다음


가을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림입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고전적인 문구가 떠오릅니다. 창으로 은은한 가을빛이 들어오는 오후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편안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좋아하는 책을 손에 들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에 몰두하는 여인의 모습은 어느 때이든 아름답습니다.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을 보니 밖에서 막  들어왔나 봅니다. 휴~하며 평소에 즐겨 앉던 의자에 앉아서 평소에 즐겨보던 책을, 아니면 보다가 둔 채 바깥풍경에 이끌어 잠사 나갔다 돌아와서는 다시 책을 손에 든 것일 수도 있겠지요. 여인의 표정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습니다. 책은 아마도 마음을 평안으로 이끄는 내용일 듯합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가을 오후의 한때가 우리들 삶 안에도 그대로 있지 않나요! 화가는 우리에게 그 한때의 기억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르누아르,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인>, 출처 다음


여인의 품에 안긴 고양이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자신을 예뻐하는 여인의 품 안에서 자존감이 최고로 뿜뿜된 모습입니다. 여인의 하얀 피부와 발그레한 볼, 목을 감싼 하얀 스가프와 하얀 상의, 연갈색 머리카락, 보랏빛 소파, 초록빛 벽 모든 것이 밝고 온화한 느낌입니다. 르누아르의 여인들은 비현실적으로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여인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정도로 말입니다. 같은 여자로서는 아마도 천상의 여인이겠지 하며 선긋기를 하고 나서야 질투심 없이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있을 지경입니다.(과도한가요? ㅎㅎ) 우리 안의 아름다움, 사랑스러움, 평화, 기쁨, 행복, 충만 등등 이런 낱말들이 떠오르는 그림을 보는 것은 우리의 하루를 밝고 긍정적으로 이끄는 힘이기도 합니다.



예쁜 것,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자주 가까이 하라고 합니다. 마음도 내가 자주 보는 것을 닮아 간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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