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을 참아내고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기도 했을 기나긴 번데기의 시간을 견뎌내고 꿈처럼 하늘을 날아 꽃향기를 맡을 수 있을 거라는.
3학년 아이들이 과학시간에 배추흰나비의 한살이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직접 키우고, 관찰하고, 기록하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 생명들은 탄생과 동시에 '무한한 축복'을 지닌 존재이다. 그 축복을 볼 줄 아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애벌레에게 초록잎을 주고, 지켜봐 주고, 존재를 부정당하기도 하는 인내의 시간을 믿음의 시선으로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어른이 처음인 우리도 서툴지만, 그래도 이런 마음, 탄생의 축복을 기억하며 어린 생명 안에 숨어있는 '하얀 나비 한 마리' 볼 수 있어야겠다.
기다림 끝에 번데기는 나비가 되었어요
경쟁이 심한 사회이다 보니 어른들의 삶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를 챙기기도 지치고 살아남기도 벅찬데 여력이 없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어린 생명의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소통하다 보면 어른인 내가 오히려 아이를 통해 배우고 성숙해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진심으로 소통하면 아이들은 그 사랑을 느낍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에, "그때 엄마도, 아빠도 처음이라 많이 부족했어. 그래도 너희 많이 사랑한 거 알지." 하며 마주하여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모든 어린 생명은 그 안에 이미 '축복'을 동시에 갖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