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력은 타인과 견주어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디테일을 기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기억이 맞는지 안 맞는지 왈가왈부하는 일에 마음을 쏟지도 않습니다.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나의 감각은 '이태석'이라는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울지 마 톤즈>를 보면서 얼마나 감동하며 눈물을 흘렸던지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이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 저토록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저토록 많은 환자를 돌보고 일하면서도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 눈을 떼지 못한 채 영상을 보면서 나는 '이태석 신부님'을 마음에 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의 가슴이 감각이 품었던 이태석 신부님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과 섬김의 리더십>을 주제로 구수환 님의(KBS <추적 60분>, <일요스페셜> PD로 30년간 사회의 어두운 곳을 취재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던 분) 강의를 들었습니다. 구수환 PD는 <울지 마 톤즈>와 이태석 신부님의 10주기 기념 영화 <부활>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불자인 구 PD 님은 가톨릭 사제인 이태석 신부님 삶에 운명적으로 이끌리게 되었습니다. 그의 삶을 따라가며 느끼고 체험한 깊은 감동과 이태석 신부님의 '헌신하고 섬기는 삶'에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해답과 원동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태석 신부님의 삶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고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멕시코 애니메이션 <코코>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사람은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히면 죽는다. '기억하고 있는 한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PD님은 십 년 넘게 이태석 신부님의 '헌신하고 섬기는 삶'을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기 위해 전국으로 쫓아다니며 무료강의를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태석 신부의 삶에 담긴 사랑과 나눔이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분당같은 부자 성당에 가면 신발을 벗고 미끄러질까 봐 조심해서 걸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있고 하여튼 많이 불편해요. 꼭 내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의사이면서 사제의 길을 선택했고,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가장 낮은 곳, 가장 가난한 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라며 지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남수단의 톤즈 지역에서 그곳 사람들과 같이 '비를 맞으며' 헌신했습니다. 동정하고 슬퍼하는 대신 나누고 함께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성당을 짓는 대신 병원과 학교를 지었을 것이다."
신부님은 아무것도 없는 남수단에 손수 병원과 학교를 짓고, 하루에 200명이 넘는 환자를 돌보고, 아이들에게 수학과 음악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없는 것이 없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잘 사는 많은 나라들과 남수단의 모습을 보면서 그 차이에 스스로 사제로서 고민도 깊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모자라는 것도 아니며, 우리가 그들보다 나은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당연히 듭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성경으로부터 '그저 받았으니 그저 주어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오랜 전쟁으로 슬픔도 눈물도 고마움도, 감정을 잃은 남수단 사람들에게 신부님의 진정한 사랑은, 부모와 형제의 목숨을 구한 사랑이었고, 배우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희망이었으며,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남수단 젊은이들은 신부님 같은 의사가 되겠다며 꿈을 키웠고 현재 예비 의사인 의과대학생만 4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가난과 전쟁으로 학교조차 다닐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 의사, 약사, 기자, 공무원이 되는 희망을 심어주었고 그들은 의젓한 어른이 되어 진료비를 내지 못하는 환자를 정성껏 돌보고 동네에 공동우물을 파주고 생활비도 나누며 이태석 신부님에게서 배운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신부님의 사랑은 남수단 의사 제자 57명으로 이렇게 부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동.
감동은 헌신과 봉사, 섬김에서 나옵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랑의 실천에서 나옵니다. 감동은 감동을 낳습니다. 그리고 부활합니다.
환한 미소가 너무나 예쁜 이태석 신부님
♡붙임: 구수환 PD님의 <우리는 이태석입니다>에서몇쪽을 붙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