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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Jul 11. 2023

카미유 피사로, <대화>

기다리고 공감하고 좀 더 따뜻해지는 것

카미유 피사로(1830~1903), <대화>



"어서 와"

"무슨 일 있어?"


이 한마디에 답답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립니다. 가슴속에 묻어둔 채로 지내기는 버거웠습니다. 마음속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만으로 후련해지고 다음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한 사람이면 됩니다. 들어줄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해답을 찾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판단도 필요치 않습니다. 스스로 안에 답을 갖고 있을 테니까요. 가만가만 들어주면, 눈빛에서 마음빛에서 희망 한 줄기 찾을 테니까요.


여인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 보입니다. 털어놓지 않고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안고 달려왔을까요. 앞치마를 두른 채 찾아왔어야 했던 간절함을 잔잔하게 단단하게 바라봅니다.


 여인 사이의 뾰족한 울타리도 무색합니다. 하던 일도, 흙묻은 신발도, 전나무숲을 지나가는 바람끼어들지 못합니다. 말로 다하지 못할 이면의 감정마저 알아차리는 섬세함과 예민함,  그럴 있기를 하며 여인은 다른 여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다른 여인은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이 진정되고 숨을 쉴 수 있을 테니까요. 외롭지 않을 테니까요.


카미유 피사로의 <대화>라는 그림을 보며  '진정한 대화'에 대해 생각합니다. 어떠한 상황도 풍경도 소리도 시간도 무색하게 서로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 눈을 바라보고 몸을 기울이고 집중하는 것. 좀 더 기다리고, 공감하고, 좀 더 따뜻해지는 것. 


카미유 피사로, 일하다 멈추고 이야기 나누는 여인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입니다.


건초더미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았습니다. 지는 해가 여인들의 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습니다. 노동으로부터 휴~ 한숨을 돌리고 수다 삼매경에 빠집니다. 마주하고 바라보고 들어주며 서로 단단해지는 시간입니다.






***우리 아이, 함께 키워요***
하루 중에도 수많은 말들이 오갑니다. 그중에 대화다운 대화는 얼마간이었을까 싶어요. 나의 일이 바빠서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몸을 기울이는데 인색한 우리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와의 대화는 좀 더 친절했으면 싶어요. 시간도 소리도 주위의 모든 배경도 무색해지는, 좀 더 기다리고, 좀 더 따뜻해지는 대화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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