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에 답답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립니다. 가슴속에 묻어둔 채로 지내기는 버거웠습니다. 마음속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만으로 후련해지고 다음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한 사람이면 됩니다. 들어줄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해답을 찾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판단도 필요치 않습니다. 스스로 안에 답을 갖고 있을 테니까요. 가만가만 들어주면, 눈빛에서 마음빛에서 희망 한 줄기 찾을 테니까요.
두 여인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 보입니다. 털어놓지 않고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안고 달려왔을까요. 앞치마를 두른 채 찾아왔어야 했던 간절함을 잔잔하게 단단하게 바라봅니다.
두 여인 사이의 뾰족한 울타리도 무색합니다. 하던 일도, 흙묻은 신발도, 전나무숲을 지나가는 바람도 끼어들지 못합니다. 말로 다하지 못할 이면의 감정마저 알아차리는 섬세함과 예민함, 그럴 수 있기를 하며 한 여인은 다른 여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다른 여인은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이 진정되고 숨을 쉴 수 있을 테니까요. 외롭지 않을 테니까요.
카미유 피사로의 <대화>라는 그림을 보며 '진정한 대화'에 대해 생각합니다. 어떠한 상황도 풍경도 소리도 시간도 무색하게 서로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 눈을 바라보고 몸을 기울이고 집중하는 것. 좀 더 기다리고, 공감하고, 좀 더 따뜻해지는 것.
카미유 피사로, 일하다 멈추고 이야기 나누는 여인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입니다.
건초더미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았습니다. 지는 해가 여인들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습니다. 노동으로부터 휴~ 한숨을 돌리고 수다 삼매경에 빠집니다. 마주하고 바라보고 들어주며 서로 단단해지는 시간입니다.
***우리 아이, 함께 키워요***
하루 중에도 수많은 말들이 오갑니다. 그중에 대화다운 대화는 얼마간이었을까 싶어요. 나의 일이 바빠서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몸을 기울이는데 인색한 우리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와의 대화는 좀 더 친절했으면 싶어요. 시간도 소리도 주위의 모든 배경도 무색해지는, 좀 더 기다리고, 좀 더 따뜻해지는 대화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