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카를교에서

by lee나무

'프라하'

도시의 이름이 이처럼 아련할 수 있을까?

'프라하의 봄',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이미지로 떠오르는 곳.


프라하에 가면 카를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여행자들의 발길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체코의 상징.

음악과 그림, 조각상, 바로크, 고딕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축물, 블타바강이 어우러져 매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곳.


프랑스 퐁뇌프 다리는 기대가 커서 그랬을까.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우산을 들어도 치는 비에 옷이 젖던 날 찾았던 런던의 타워브리지는 '영국의 멋진 신사' 같은 느낌이었다. 다소 권위적인 인상이기도 했다.


카를교는 고풍스럽고 낭만적이다.

하늘과 강, 주변의 건축물을 배경으로 한 여행자들을 위한 '자유의 다리' 같은 느낌이다. 카를교는 밤에도 낮에도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오가는, 서성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행복해진다. 사람들은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에서, 여행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에서 낭만과 자유를 느낀다. 연인들의 사랑도 깊어진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은 그곳에서 한 물결을 이룬다. 거리의 연주자에게 누구보다 멋진 청중이 되고, 거리의 화가에게 기꺼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모델이 되어 준다.


카를교에는 각기 다른 모습을 한 30개의 성상이 마주하고 있다. 성상들은 다리의 분위기를 사뭇 성스럽게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비롯한 성인들의 성상은 여행자들의 수호신이 된다. 여행자들은 수호성인들의 보살핌 아래 각자에게 주어진 여행의 순간을 만끽한다.


카를교 교탑 위에서 내려다본 카를교 모습
카를교 위 예수그리스도 상과 거리의 악사(클래식 아코디언 연주 모습)



소원.

소원이 있다는 것은 삶을 사랑한다는 증거이다.

이름난 여행지에는 소원을 비는 장소가 있고, 카를교에도 그런 장소가 있다. 30개 성상 중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아서 반질반질해진 바로 그곳이다. 성 요한 네포무크 동상 아래 그의 순교를 묘사한 청동판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면 된다. 하늘의 구름이 검회색으로 신비롭게 변모하고, 프라하의 야경이 펼쳐지는 즈음에 나도 소원을 빌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욱 사랑하게 하소서.'


네포무크 성상에 손바닥을 대고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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