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명이 길어야 한백년인데, 건축은 시간을 거슬러, 시간을 추월하여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며 '완성'을 향한다. 프라하성 안에 위치한 '성 비투스 성당'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60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하니, 최초의 설계자는 완공된 성당의 모습을 보리라 기대하지도 않았을 테다. 당시 건축물의 설계는 설계자의 머릿속에 존재했다는데, 완공된 모습이 과연 최초의 설계자가 그린 모습과 일치할까 궁금해진다. 가우디가 설계를 시작한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착공한지 13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건축 중이니, 나의 시대에 완공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 600년에 걸쳐 완공되는 건축물이라면 적어도 설계자는 몇 차례 바뀌었을 테고, 그때마다 설계자의 특성에 따라 숱한 수정과 변모를 거듭하며 더욱 다채롭고 완성도 높은 건축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종교를 떠나 유럽의 고풍스러운 성당의 모습은 아름답다. 인간이 상상하고 창조할 수 있는'신의 공간'. '아마도 이런 모습이라면 신이 흡족해할 것 같다'고 수긍하게 된다. 정교하고 섬세하며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우아하고 품위가 있다. 가만히 스스로 겸허해지고 순해지며 경건해진다. 종교의 허와 실, 흑역사와 선한 영향 등 모든 것을 떠나 어떤 성스러운 기운 안에서 평화로워지고 몸과 마음을 쉬게 된다.
600년에 걸쳐 완성되었다는 성 비투스 성당의 외관
성당의 아름다움, 고유함이라 한다면, 스테인드 글라스는 빠질 수 없다. 성 비투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체코를 대표하는 알폰스 무하의 작품으로 더욱 유명하다. 아폰스 무하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유리 조각을 이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유리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 구워내어 만들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만큼 다양한 시대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유리와 빛, 빛과 그림, 신과 인간, 영혼과 육신, 성당 안에 서면 '삶의 유한함'이 명료해진다. 겸손하기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