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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Aug 23. 2023

우리 안의 경쾌함을 깨우는 그림

앙리 마티스, <붉은 물고기와 고양이>

앙리 마티스, <붉은 물고기와 고양이>, 출처 다음


동그란 머리, 동그란 발, 동그란 꼬리, 동그란 몸, 동그란 코, 작고 세모난 귀, 집중하는 실눈. 고양이에게서 아이 같은 귀여움과 경쾌함이 느껴집니다. 빨간 물고기가 선명하게 보이도록 투명 수조의 물은 초록으로 채색을 했습니다. 고양이는 노란색으로 칠했어요. 새파란 테이블과 초록의 투명한 수조, 빨간 물고기, 노란 고양이가 서로서로를 추켜세우며  경쾌함과 유쾌함을 한층 더하고 있습니다. 시선을 멀리로 옮겨 봅니다. 창밖에는 파란 하늘과 초록 꽃밭이 펼쳐집니다. 파랑, 빨강, 초록, 노랑 원색의 쨍함과 밝음에 시원한 청량감을 주고 싶었을까요? 하얀 꽃나무가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빨간 벽면에는 고양이가 발로 장난할 땐 튄 물방울인지, 파랑 물방울무늬를 그려 넣었습니다. 화가가 고양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방울무늬가 하트가 되었네요. 장난치며 수조의 물을 왕창 쏟아버려도, 수조 안의 물고기가 바닥에서 파닥파닥 발버둥 쳐도, 화가는 '요놈, 요놈, 그럼 그렇지'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고양이 눈에 잘 띄도록 일부러 물고기 수조를 저 파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을지도 모르지요. 사랑하는 고양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랐을 테니까요. (사랑은 간혹 사랑하는 대상만을 위하게 되어, 다른 대상의 고통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화가를 손꼽으라면 '앙리 마티스'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듭니다. 그의 아이 같은, 단순하고 맑고 경쾌한 그림이 좋습니다. 실제로 앙리 마티스는 고양이를 좋아했습니다. 노년에는 세 마리의 반려묘와 함께하며 좁은 병상에서 숨이 다할 때까지 작품활동에 집중했지요.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습에는 사랑이 뚝뚝 떨어집니다.


앙리 마티스와 반려묘 쿠시 Coussi (사진 출처: google)


아래 그림의 제목은 'La Roumaine Blouse'입니다.


앙리 마티스, <루마니아풍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 1940. 출처: google


어깨가 한껏 부풀려진 하얀 블라우스, 채도를 낮춘 차분한 감색의 스커트, 그리고 주홍 바탕. 극도로 단순화한 여인의 머리카락과 동그란 얼굴, 단아한 이목구미, 마주 잡은 양손. 인물과 색감, 무늬가 돋보이게 처리된 하양 블라우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림입니다. 나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이 그림이 좋았습니다. 아라베스크 문양이 자유롭게 그려진 블라우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일 거야 하고 긍정하게 되니까요.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의 얼굴은 자연스럽습니다. 화장기도 거의 없고 표정에도 은은한 미소가 감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요? 그림을 보노라면 여인의 얼굴 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캔버스 중앙을 가득 메운  '하얀 블라우스'입니다. 부풀려 더 풍성해진 어깨와 소매선에서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마치 이 블라우스를 입으면 나도 모르게 둥둥 풍선처럼 마음이 떠올를 듯합니다. 경쾌해지는 기분입니다.


단순함에서 경쾌함을 느낍니다. 가벼워진 마음은 우리를 조금은 더 유쾌하게 합니다.


누구라도 쉽게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림. 화가 마티스의 그림은 어렵지 않고, 보는 사람의 기분을 가볍게 하는 힘이 있어 좋습니다.





***우리 아이 함께 키워요***

반려동물과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유. 경쾌함, 솔직함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의 기대, 바람이 클수록 아이 안에 내재된 경쾌함을 보기 어렵습니다. 세상 속에 살고 있기에 세상의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욕심이 앞서기도 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선 현자들은 매일매일 '깨어 있어라' 했나 봅니다. 잠시 세상의 기준을 내려놓고, 말썽쟁이 철없는 면이 많은 아이일지라도, 긍정의 눈, 사랑의 눈으로 아이의 경쾌한 에너지를 발견해 보세요. 마티스처럼 장난꾸러기 냥이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그런 표정을 짓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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