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릇에 담아내는가에 따라, 어떤 디자인과 색상의 옷을 입는가에 따라,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같은 음식도, 같은 사람도, 같은 물건도 다르게 보이지요.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로 넘어가는 길에 들른 식당과 카페, 소품가게가 있는 어느 마켓입니다.
나무재질 바구니에 색깔 배치를 고려하여 담은 과일들을 보세요. 더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여러 가지 접시와 볼을 올려놓은 선반 위에 허브 화분을 두어 과일과 샐러드가 더 맛있어 보입니다. 쓸모뿐만 아니라 가게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흔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낯익은 우리의 대형 마켓의 여기저기 상처 난 초록색 플라스틱 상자에 가득가득 쌓인 과일과 채소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네요. 물론 오스트리아의 대형 마켓도 대부분 우리와 비슷하겠지 했지만 말입니다. 드라이플라워와 초록초록 허브 화분으로 여유를 주고 물건 하나를 담는데도 미적인 요소를 고민하여 디스플레이하고 있는 점이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었어요.
멋스러운 모자, 큼직한 링 귀걸이, 깔끔하고 넉넉한 스트라이프 셔츠를 걸친 가게 주인이 파는 햄은 왠지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초록 식물에게 어울리는 화분을 골라 자연스럽고 멋스럽게 가게를 꾸미는 감각을 가진 주인장이 파는 햄은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양이 많으면 지레 부담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소량으로 보기 좋게 디스플레이했을 때, 이용객의 구매의욕이 더 일어나기도 하지요. 음식이나 식재료의 특징에 어울리는 용기를 선택해서 적당한 양을 여백을 두어 배치하는 것은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의 신선함과 맛이지만 말입니다.
코너 코너를 담당하며 마켓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에게서 '사람의 마음을 끄는 예술적 마켓', '정직하고 맛있는 마켓' 이라는 철학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어요. 공간에 철학을 담는 것, 작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노력은 세상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감동을 준다고.
* 딸기,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 베리류가 듬뿍 올려진 케이크 한 조각을 사 먹었습니다. 베리의 상큼한 식감,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맛이 과연 일품이었어요. '우와! 예쁘다! 너무 맛있다. 부드럽다!' 며 감탄했어요.^^
식물의 생김과 특징에 따라 여러가지 모양의 빈티지 화분을 골라서 자연스럽고 멋스럽게 연출한 마켓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