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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Sep 26. 2023

체험학습에 대하여

2학기 개학 전부터 걱정이었습니다. 학생통학차량으로 인정된 노란 버스가 아닌 일반 전세 버스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것은 위법이라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학교는 시끄러웠습니다. 게다가 현장체험학습 중 일어난 사고의 책임이 인솔교사에게 있다는 내용까지 더해져서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하는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급기야 일부 교육청에서는 학교의 교육과정 정상 운영을 위해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관련한 민형사상 책임은 교육청에 있으며 교육청 단위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공문이 학교에 전달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지역의 학교는 사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현장체험학습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모습입니다.


내가 있는 학교는 2학기 개학을 하자마자 현장학습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가운데 '학교는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학습을 고대하고 있는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는 선생님들이 있었습니다.(현장체험학습 관련 민형사상 책임은 교육청에 있다는 공문이 시행되기 전의 일입니다.) 인솔교사에게 사고의 책임을 지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데도 '아이들 마음에 진심'인 선생님들을 보며, 선생님들의 진심이 지켜지는 교육현장이 되도록 지금의 시끄러움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기를 했습니다.


법제처는 해석을(전세 버스를 이용한 현장체험학습이 위법임) 내놓기 전에 현장의 실태를 먼저 살피고, 대책을 마련한 뒤 혼란을 최소화해야 했습니다. 그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이제 와서 현장체험학습에 일반 전세 버스 이용을 합법화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합니다. 늘 그렇지만, 참참참 할 말을 잊게 합니다.






지난 9월 15일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말의 특성에 대해 배우고 난 뒤, '사랑해, 예쁘다' 쓰다듬으며 교감하고, 말고삐를 잡고 나란히 걸어도 보고, 먹기 좋게 자른 당근을 손바닥에 펼쳐 먹이주며 말의 콧김과 입김도 느껴보았습니다. 인구가 급감하고 소멸 위기에 있는 지역의 농촌을 찾아 체험하고 배우는 것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도 새로운 활기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정말 살맛 납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와서 웃고 떠드니 사는 것 같습니다. 이게 몇 년 만인지...... 선생님, 자주 오세요."


말체험장을 뒤로하고 지역 소상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점심으로 국밥 한 그릇씩 먹었습니다. 순식간에 작은 읍내 국밥집은 시끌벅적 꼬마 손님들로 가득했지요. 국밥 드시러 오신 어르신들이 아이들 모습이 귀엽고 신기한 지 웃는 얼굴로 자꾸 쳐다보았습니다.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는 아이들에게 돼지고기 야채 볶음 한 접시 더 내주십니다.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 아이구 잘 먹네."


국밥집 아주머니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시대에 따라 현장체험학습의 모습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학교가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현장체험학습으로 연결한 아이디어가 신선했습니다. 시선을 달리하면 '긍정'은 곳곳에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법제처의 '노란 버스 사태' 같은 일이 좀 더 섬세하게, 현장과 현실을 세심하게 살펴본 뒤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날마다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요즈음이지만, 그럼에도 순수하게 바르게 살아가고자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희망이지요.



말의 콧김과 입김을 축축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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