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곳곳 화장실 청소를 해주시는 여사님이 계십니다. 연세가 68세예요. 수줍게 웃으시는 모습이 소녀 같은 분이세요. 누구보다 맨 먼저 출근하셔서 아무도 없는 학교에 온기를 넣어주시는 분입니다. 날마다 교무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시고 여름이면 에어컨을, 겨울이면 히트를 틀어 막 출근하는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감사하다고 감사하다고 표현하면 "아니에요.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 하시며 수줍게 웃으시지요.
어느 날 차를 같이 타고 가면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어요.
"시아버지 간병을 15년 했어요. 똥도 치우고 목욕도 시키고......"
"처음 일할 때는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했어요. 화장실 청소 요령이 부족하기도 했고, 찌든 때를 팍팍 밀어도 잘 지지도 않고 해서......"
"지금은 괜찮아요. 제가 관리하게 맹글어 놔서. 결근을 해보니 다음날 힘들어서 웬만해선 결근 안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일하는 게 저는 좋아요. 아침마다 화장하고 일하러 오는 게 저는 참 좋아요."
하십니다.
딸 같은 저에게 높임말을 꼬박꼬박 쓰시면서 속엣말을 풀어내십니다.
정도 많고 부지런하신 여사님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여러 가지 배우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은 현관에 나오셔서 꼬맹이들 우산에 뭍은 물을 털어주시고 접는 것을 도와주십니다. 화장실 청소만 돌보시면 되는데, 학교 곳곳을 살펴주십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려도 웃으시며 "좋아서 한다고" 하십니다.
'천사시다', '하느님, 천사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속으로 중얼중얼하게 됩니다.
나의 엄마도 요리솜씨가 참으로 좋아서, 엄마의 반찬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12월이면 곳곳에서 김장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럴 때면 엄마와 함께 김장 담던 날이 스쳐가고 엄마 김치맛이 그리워지고 맙니다. 좀 쓸쓸해지기도 하는데 올해는 푸근하고 따뜻해졌습니다. 여사님이 농사지은 배추로 김장을 했다며 이 귀한 김치를 한통에 가득 담아 주었습니다.
"요리는 잘 못하는데, 농사지은 배추와 고추로 만들어서...... 나는 자꾸 주고 싶어서......."
친정엄마 같은 따뜻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집에 와서 저녁밥을 차리며, 여사님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반찬들을 보며 혼자서 또 중얼중얼거립니다.
'엄마, 엄마가 학교에 온 것 같아.' '감사하다. 정말.' '하느님 감사합니다.' 중얼중얼......
한 사람의 노동과 사랑,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을 받는다는 것. 이보다 따뜻한 것이 있을까요?